한국의 시간제 근로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최하위권이라고 한다. 고용시장 유연성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또 고용형태의 다양화가 얼마나 시급한지 뚜렷이 보여준다. 사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노조 취업비리도 근본적 원인을 따지자면 그러한 고용시장의 경직성과 고용형태의 제약 등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나라의 시간제 근로자 비율(7.7%)이 얼마나 낮은지는 미국(13.2%) 일본(26.0%) 영국(23.3%) 등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한눈에 드러난다. 이는 물론 그 동안의 기업고용관행,취업자들의 시간제 근로 기피,근로자 처우 관련 각종 규제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을 꼽는다면 역시 결코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는 정규직 노조의 지나친 철밥통지키기와 이에따른 고용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라고 본다. 기업 입장에선 아무리 경영사정이 어려워도 근로자를 형편대로 해고하지 못하는데다 임금도 삭감하기 힘든 까닭에 고용인력 자체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시간제 근로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일자리마저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비정규직에 대한 선호도 자체도 크게 떨어진다. 고용 안정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60∼7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처우가 척박한 까닭이다. 시간제 근로가 일반화됐고 근로형태에 따른 차별도 거의 없는 선진국 실정과 비교해보면 비정규직 선호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파업권을 무기로 권력기관화한 기아차노조가 이권챙기기에까지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일자리가 극히 제한된데다 정규직만 되면 국내 최고수준의 임금이 보장되는 까닭이었다. 말하자면 이번 사건은 고용시장의 경직성에 그 뿌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고용형태의 다양화 및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은 더없이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선 대기업 노조의 반성과 양보가 필수적이다. 지나친 집단이기주의를 지양해 인력진입과 퇴출의 길을 넓히고 임금 역시 현수준에서 동결 또는 삭감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일자리가 하나라도 더 늘어나고 비정규직 처우도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소수의 강성 귀족노조 때문에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취업희망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 폐단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