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공단에서 미싱소리가 힘차게 돌아갈 날이 오겠지요,아파트형 공장 건립도 추진 중입니다." 동대문 봉제 공장주 2백50여명이 개성 공단 입주와 아파트형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동대문 의류 봉제협회'의 라병태 회장은 2년 넘게 준비해 법인을 설립했다며 아파트형 공장과 개성공단 사업에 기대를 걸었다. "주문서 한 장만 받으면 하루 만에 완제품을 내놓아 해외 바이어들을 놀래켰던 동대문의 빠른 납기 경쟁력을 다시 살리려는 복안이지요. 원부자재,재단,봉제,마무리 작업까지 관련 업종을 다 모아 물류 비용도 줄이고 원스톱 생산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라 회장은 오는 4월 분양될 개성공단에도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가 국내 봉제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던 인건비 문제를 해결,새로이 활로를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봉제업은 60∼70년대 이 나라를 먹여살린 산업입니다. 그 때부터 쌓은 봉제 기술 노하우는 세계 어디에 내 놔도 경쟁력 있는 수준입니다.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라 회장은 '봉제공장 역사 50년 만에' 처음으로 공장 사람들이 다시 뭉쳤다고 말했다. "요즘 동대문에서 국산 제품 비중은 절반도 안될거에요. 공장들도 그만큼 문을 닫았다고 봐야죠." 라 회장은 국내 봉제업이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고 말했다. 일하겠다는 젊은 사람마저 드물어 지금 공장을 지키고 있는 '마지막 세대'인 40대 인력이 떠나버리는 시점이 머지 않았다는 것이다. 라 회장은 "평생 옷 만드는 것만 알던 공장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관청에 지원 요청 서류 쓰는 것 하나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봉제인이 아니다. 그는 동대문 공장 밀집 지역인 창신동 새마을 금고 이사장. 공장들이 어려워지다보니 이들을 기반으로 살던 슈퍼마켓 세탁소 등 대다수 새마을 금고 고객들도 어려워진 까닭에 봉제 공장을 살리는 일이 남의 일이 될 수 없었단다. "올해는 우리 회원들 제품 전시관도 만들고,의류학과 학생들을 여기에서 실습도 시켜줄 겁니다. 봉제업 살릴 희망은 얼마든지 있습니다"라며 웃어보였다. 송주희 기자 y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