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 P아파트에 사는 신미현씨(28·숙명여대 대학원생)는 요즘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생활을 즐기고 있다.


집안이나 밖에서 휴대폰 컴퓨터 등으로 집안을 살펴보고 가전을 제어하는 첨단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마음껏 이용한다.


신씨의 집을 비롯 P아파트의 1백가구는 지난 9월 SK텔레콤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디지털홈 사업의 시범가구로 선정돼 무료로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신씨는 며칠 전 모 아파트 TV-CF에 나왔던 일을 직접 경험했다.


서둘러 학교에 가려고 거리로 나섰다가 깜짝 잊고 가스불을 끄지 않은 것.물론 신씨도 CF의 주인공처럼 빙그레 웃음을 머금고 휴대폰을 꺼내 가스불을 껐다.


가스불 만이 아니라 에어컨 전자레인지 세탁기 등 가전기기도 휴대폰으로 켜고 끌 수 있다.


이 중 신씨가 가장 자주,그리고 유용하게 쓰고 있는 가전기기는 세탁기다.


신씨는 아침에 빨랫감과 세제를 넣어놓고 학교에 간 뒤 집에 돌아올 때쯤 휴대폰으로 세탁기를 작동한다.


집에 도착하면 이미 탈수까지 돼 있어 빨래를 꺼내 널기만 하면 된다.


신씨가 살고 있는 34평 아파트에는 부모님과 여동생 2명,그리고 조카 2명 등 7명이 살고 있다.


여동생들은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낮에는 주로 조카 효준(15) 현준(10)이가 집을 지킨다.


학교에서 이들을 살펴보는 것도 신씨의 주요 일과 중 하나다.


휴대폰 또는 인터넷(uhome.sktdh.com)에 접속하면 거실에 설치된 웹카메라를 통해 아이들이 거실에서 뭘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휴대폰으로는 화면이 아직 흐릿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웬만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선명하다.


신씨가 살고 있는 집은 아파트 맨 꼭대기 층.


옥상을 통해 도둑이 들어올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신씨는 밖에서 휴대폰으로 거실 전등을 끄고 켜는 기능을 자주 이용한다.


어두워질 때쯤 거실 전등을 켜면 늦게 귀가하더라도 안심이 된다.


신씨는 집에 있을 때 TV를 켜는 일이 많아졌다.


TV가 집안에서는 셋톱박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TV를 통해 다른 가전제품을 조작할 수 있다.


또 친구를 만나러 나갈 때도 서울시내 교통정보나 버스노선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드라마 등을 VOD(주문형비디오) 형태로 즐길 수도 있다.


초등학교 다니는 현준이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도 많다.


'동물의 세계'나 '초등학교 영어과정' 등과 같은 교육용 콘텐츠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신씨는 주로 영화를 보거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보면서 운동도 한다.


TV로 음악을 듣기도 한다.


인터넷 음악 사이트처럼 듣고 싶은 음악을 골라 자신만의 앨범을 만들어 들을 수도 있다.


TV 옆에 있는 디지털액자는 신씨의 거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액세서리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이 액자로 전송하면 14인치 액정화면으로 사진을 볼 수 있다.


신씨는 "홈네트워크를 이용해 새로운 생활을 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며 "나중에 유료화되더라도 계속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올해 중 시범 서비스를 보완해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할 계획이다.


곽승현 SK텔레콤 과장은 "1백만원 정도면 웬만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용료도 각 가정이 큰 부담없이 쓸 수 있도록 월정액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