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응용기술의 소중함‥김신배 < SK텔레콤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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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president@sktelecom.com >
트랜지스터,이동전화,유닉스시스템,통신위성,구부려도 부러지지 않는 반도체…. 하나같이 20세기 중반 이후 정보통신기술의 일대혁신을 불러온 기술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은 미국 벨연구소가 처음 개발한 기술이란 점이다.
1925년 설립된 벨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만 11명을 배출했다. 또 전세계 벨연구소 연구원 9만5천여명이 내놓는 특허가 하루 평균 3개가 넘는다고 하니,세계 정보통신산업의 중추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다.
현재 세계적 통신장비업체 루슨트 테크놀로지 소속인 벨연구소는 이렇게 뛰어난 연구인력과 기술,눈부신 전통에도 2001년 이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루슨트 테크놀로지가 2001년과 2002년 전화회사들의 장비주문량 급감으로 타격을 받자 연구비 지출을 60%나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 기업의 원천기술 개발능력은 벨연구소와 같은 세계적 연구소에 비할 바가 못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우리나라 정보통신 기업들은 약진에 약진을 거듭했다. 정보통신 기업들이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창조적 애플리케이션과 노하우 측면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원천기술은 미국과 유럽에서 개발됐지만,우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의 꽃을 피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이나,초고속 인터넷 선진화의 기반이었던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기술이 좋은 예다.
역사적으로도 뛰어난 응용 노하우를 통해 사업적 성공을 거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미국이 최초로 개발했지만 연구원들조차 가격이 너무 비싸 군사용이나 보청기에나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던 트랜지스터를 대량생산하고,이를 카 라디오에 적용해 대성공을 거둔 것은 고베고교(神戶工業)란 일본 회사였다.
1970년대 미 항공우주국이 카본 섬유를 개발하면서 등장한 카본 그라파이트 제조기술은 골프채와 낚싯대 생산에 응용돼 주로 일본업체들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었다.
이런 예를 살펴보면 우리의 기초과학 능력이나 원천기술 개발력이 뒤진다고 비관할 일은 아니다.
물론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개발능력을 키우는 일은 정부와 교육기관,기업이 삼위일체가 돼서 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중차대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응용기술과 운용 노하우도 원천기술 못지 않게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소중한 경쟁 우위 요소임을 잊지 말고 이를 적극 육성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