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 주영대사가 청와대 경제보좌관이던 지난 19일 아침. 노무현 대통령이 조 전 경제보좌관을 급히 찾았다. 이날자 H신문 국제부장이 쓴 '새 게임이 시작됐다'는 칼럼을 본 노 대통령이 이에 대한 "의견을 내라"고 주문한 것이다.경제적 이해관계,미래예측을 중심으로 한·중·일 등의 관계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하느라 조 전 보좌관은 긴장했었다고 한다. 이보다 이틀 전쯤 노 대통령은 평소대로 웹서핑을 하다 인터넷에서 한 기사를 유심히 봤다. '기업들이 GR(Government Relations·대정부 업무홍보)에 적극 나선다는 내용이었다. PR(대중홍보)와 IR(투자가홍보)를 넘어선 신기류에 대한 일선 기자들의 소개였다. "내용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지시가 참모진에 즉각 내려졌다. 이전에는 '대통령에게 사적(私的)인 것은 없다'는 H경제신문 정치부장의 칼럼을 인용한 적이 있고,'국정지지도'에 대한 내용을 지방행사 때 언급하기도 했다. 개각 등 인사때는 특히 신문을 유심히 보는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윤광웅 국방장관 임명 직전엔 '문민장관 기용할 때다'라는 H일보 데스크 칼럼을 보고 참모들에게 인용했다고 한다. 지난 13일 신년 기자회견때도 '이기준 인사파동'에 대해 설명하면서 "신문에 경제계 요구를 잘아는 사람을 (교육부총리로) 기용하라는 기고도 해놓았더라"라고 말했다. 지난해 SK 경영권 분쟁이 연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릴 때는 "일하는 소(굴러가는 기업) 잡아서는 안된다"고 참모들에게 언급한 적도 있다. 이런 저런 뒷얘기를 들으면 노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신문을 숙독하는 것 같다. 신문의 제언도 반영하는 편이다. '언론과 전쟁''과도한 긴장관계'라는 비판까지 들었던 초기의 언론관과 단순히 비교한다면 일반의 눈에는 다소 의외로 비칠지도 모른다. 중요한 점은 기호에 맞는 기사보다 '쓰고 까다롭고 미운 글'까지 두루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