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도너휴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이 프랑스 기업인들에게 "미국식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려는 정부 계획에 반대하라"고 촉구했다. 파리를 방문 중인 도너휴 회장은 26일 프랑스 경영자 단체 메데프의 에르네스트 앙트완느 세일리에르 회장과 만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우량 기업의 돈이 변호사에게 흘러들어가 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방향으로 가지 마라. 이 제도는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며,경제성장에도 부담을 주는 등 상당한 고통을 불러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동에는 핵 에너지 그룹 아레바와 거대 정유회사 토탈 등 주요 기업의 경영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에 앞서 이달 초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일부 피해자가 전체 피해자를 대표해 소송할 수 있는 미국식 집단소송제 입법을 추진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시민단체들은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재계는 크게 반발했다. 세일리에르 회장은 "시라크 대통령의 발언에 깜짝 놀랐다"며 "집단소송제 도입은 프랑스 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반대로 미국의 경우 조지 부시 대통령이 주(州)법원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은 연방법원에서 집단소송 사건을 전담토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이 제도 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도너휴 회장은 "미국의 집단소송제 규제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 법률회사들이 새로운 소송 거리를 찾아 프랑스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이들에게 속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집단소송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까지 보상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며 집단소송제로 많은 돈이 생산적인 부문에서 이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프랑스 법률은 소비자연맹 같은 일부 비영리재단이 소속 회원들의 이익을 위해 집단소송을 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집단소송이 금지돼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