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파크텔 2층 진달래홀.55명의 젊은 직장인들이 7∼8명씩 나뉘어 테이블 한 가운데 넓은 보드를 놓고 칩을 움직이며 게임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SK㈜가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가상의 에너지·화학기업의 경영을 체험해 보도록 하는 프로그램.한 팀을 구성하고 있는 7∼8명의 팀원이 각각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을 맡아 역할을 분담해 실제 회사를 경영하듯 게임을 해보는 행사다.


"자,설비를 인수해 가세요."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나오자 각 팀에서 1명씩 모형 공장설비가 놓여진 곳으로 몰려간다.


갑자기 한 팀(울산정유팀)에서 격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원유탱크 저장용량은 충분한거야?" CEO를 맡은 안정훈 사원이 묻자 트레이딩부문장(김규석 사원)의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글쎄.원유를 너무 많이 구입한 것 같은데…." "뭐,빨리 확인해봐!" 투자비용을 아끼느라 원유탱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게 뒤늦게 확인된 것.결국 이 팀은 초과구입한 원유 70만배럴을 도로 반납해야 했다.


"오전 중에만 2백90억원 손실을 봤습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의 CEO는 매우 실망스런 표정이다.


이날 밤 9시.스피커에서 "중동 전쟁 발발"이라며 돌발상황을 알리는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각 팀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치솟는 유가와 출렁이는 환율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초긴장 상태."이라크 반미 세력들이 석유시설을 공격할 확률은 얼마야.","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는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고성이 오고 간다.


손가락 크기의 유조선 및 정유공장 시설물 모형과 각종 칩을 움직이는 'SK경영게임(SKMG)'이라는 가상 시뮬레이션 게임이지만 신입사원들의 모습에선 실제 회사를 경영하는 임원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25일부터 시작된 이번 게임은 28일까지 나흘간 진행된다.


가장 많은 매출과 이익을 낸 팀에는 상이 주어진다.


SK㈜가 92년 자체개발해 10년 넘게 신입사원 교육용으로 사용해온 이 게임의 특징은 원유도입에서부터 정제와 판매에 이르는 회사의 전 공정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거래 단계마다 어음 영수증 세금계산서 등을 교환하고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등 재무제표도 직접 작성하게 된다.


신입사원들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지만 피곤한 기색은 발견할 수 없다.


프랑스 ISG에서 국제경영을 전공한 임아인 사원(여)은 "처음에는 용어조차 낯설었는데 이틀쯤 지나니까 익숙해졌다"며 "회사가 돌아가는 큰 흐름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활짝 웃었다.


호주 센트럴 퀸즐랜드대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는 조환성 사원은 이날 마케팅에 실패한 주인공이 됐다.


그는 "이론과 현실이 차이가 난다는 점을 실감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현석 SK㈜ 조직개발팀장은 "가상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신입사원들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낱낱이 체크한다"며 "이들을 현장에 적재적소에 배치하는데 기초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