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장애가 있어요."


자폐증으로 정신지체를 겪고 있는 초원(조승우)은 어머니(김미숙)가 자신에 대해 남들에게 무심코 한 말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다.


초원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타인들은 그를 장애인으로 부른다.


정윤철 감독의 '말아톤'은 독특한 방식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다룬 영화다.


대수롭지 않은 말 한마디가 장애인의 인격을 훼손한 것은 아닌지,헌신적인 어머니마저 아들에 대해 편견을 지니지 않았는지,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이 오히려 아들의 성장을 방해한 것은 아닌지 등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에 장애인 주변 사람들의 잘못을 꼬집는 에피소드들이 나열되지는 않는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주인공의 사소한 일상들이 제시되고 관객들이 그것을 통해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여지를 갖도록 만든다.


정신지체 장애인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깔끔한 스토리와 과장 없는 연기로 제시된다.


제목 '말아톤'은 다섯살 지능을 지닌 스무살 청년 초원이 일기장에 쓴 '마라톤'의 오기다.


마라톤은 초원에게 자기 의지의 표현이자 자립의 시초이다.


아들에게 마라톤을 강권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자책감이 어머니를 사로잡을 즈음 뜻밖에 초원은 자신의 뜻을 표현한다.


절정부에서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초원이 노변의 관중들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극한체험(마라톤)의 와중에 난생 처음 타인들과 소통하는 모습이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 '포레스트 검프'와 '아이 엠 샘'처럼 자기 의지를 적절히 표현하지 못한 채 지극히 순진하게 행동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약삭빠른' 현대인들을 반성하게 한다.


어머니의 사랑이 아들의 자립을 저해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우리 모든 아이들과 부모들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자칫 어두워질 수도 있는 이야기가 유머와 웃음으로 포장된다.


조승우의 장애인 연기는 포레스트 검프 역의 톰 행크스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을 만큼 인상적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행동 반경이 좁기 때문에 영화가 '작다'는 느낌을 준다.


어리숙한 초원이 타인들에게 악용당하는 에피소드가 추가됐더라면 관객의 반성과 감동의 진폭도 커졌을 것이다.


27일 개봉,전체.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