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제조업 기술부문에서 빠른 속도로 한국을 추격,한.중간 반도체 기술격차가 3.5년으로 2년새 1년 가까이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기술격차는 대표적 노동집약산업인 섬유(3.6년)보다도 작은 것이다. 한국이 첨단 산업분야에서까지 중국의 급속한 추격에 노출돼 있음이 또 한번 확인됐다. 27일 산업자원부가 전국 5천8백4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국내 제조업 기술수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산업기술 평균격차는 지난 2002년 조사 때보다 0.7년 좁혀진 4년으로 조사됐다.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중국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기술수준은 미국 일본 등 세계 최고 선진국들 평균치의 8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지난 2002년 조사 때의 79.7%에 비해 0.3%포인트 상승한 것이지만,통계분석 편차를 감안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기술별로는 IT(정보기술)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비교해 77.8% 수준으로 나타났고 BT(바이오기술)는 57.3%,NT(나노기술)는 57.7%에 불과했다. 국내 제조업 기술이 2년 전 수준을 맴돌고 있는 사이에 중국은 기술력을 급속하게 혁신,한국과의 격차를 2년 만에 0.7년이나 줄여놓은 것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NT BT 등 차별화된 첨단기술 육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술추월 가시화 중국의 추월 위협이 가장 큰 업종은 지난해 한국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반도체다. 이번 조사 결과 국내 반도체 기술은 중국에 비해 불과 3.5년 앞서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년 전 조사때의 4.4년에 비해 1년 가까이 기술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이어 전자 업종은 3.6년으로 2년 전의 4.2년보다 0.6년 좁아졌다. 조선과 철강 업종도 2년 전에 비해 0.9년씩 줄어 기술격차가 4.1년으로 좁아졌다. 주목되는 것은 이 같은 국내 주력산업의 기술격차 축소 속도가 섬유와 기계 장비 등 이미 중국이 우리의 기술수준을 따라잡은 것으로 평가되는 업종들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섬유 업종의 기술격차는 3.6년으로 2년 전에 비해 0.8년 앞당겨졌고,기계·장비는 4.7년으로 0.3년 줄어들었다. ○R&D 투자,일본의 10분의 1 이 같은 기술격차 축소의 배경에는 연구개발(R&D) 투자 소홀 등 한국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산자부가 이날 별도로 내놓은 '세계속의 한국 경제 위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2년 기준으로 한국의 연간 R&D 투자금액은 1백38억달러로 세계 7위 수준으로 조사됐다. 순위로는 10위권 안에 드는 실적이지만 금액 기준으론 2위인 일본의 1천2백79억달러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중국은 한국보다 18억달러 많은 1백56억달러를 투입,세계 6위에 올랐다. 또 한국의 인구 1만명당 과학기술 논문 발표수는 3.86편(2003년 기준)으로 세계 29위에 그치는 등 IT 산업경쟁력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나타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