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실도 해소될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가계부실이 뚜렷하게 해소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속단할 상황은 아니다. 그렇지만 신용불량자,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신용카드 연체율 등의 추이를 분석하면 가계부실 문제가 최악의 상황을 지난 것만은 분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계에서는 경기의 선순환을 유도하려면 차제에 '가계대출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재조정)' 등의 제도를 확산시켜 가계부실 해소 속도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선되는 지표 은행연합회는 27일 마지막 신용불량자 통계를 발표했다. 작년 말 관련 법률 개정으로 신용불량자라는 용어가 폐지됐기 때문에 더 이상 신용불량자통계는 발표되지 않는다. 작년 12월 말 현재 개인신용불량자는 3백61만5천3백67명. 지난 2003년말(3백72만31명)에 비해 10만4천6백64명 감소했다. 신용불량자는 지난 2003년 한햇동안 1백8만4천3백8명 증가했으며 작년 2월 말에는 3백82만5천2백65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8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감소추세가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용카드를 사용했다가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사람은 8개월 연속 줄었다. 우리 하나 신한 조흥 등 대부분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작년 말 눈에 띄게 하락했다. 연말 요인이 가미된 탓도 있지만 가계대출 연체율의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만은 분명하다. 신용카드 연체율도 개선기미가 뚜렷하다. LG카드 연체율은 작년 6월 말 31.3%에서 연말에는 17.3%로 낮아졌다. 신한카드와 비씨카드의 작년말 현재 연체율도 작년 6월 말보다 각각 3.86%포인트와 0.67%포인트 낮아진 5.94%와 11.39%를 기록했다. ◆대출 확대 움직임 지난해 내수 경기가 극도의 침체를 보인 데에는 '가계부실'과 이에 따른 금융사들의 신용공급 축소가 큰 작용을 했다. 가계의 입장에서는 빚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비지출을 억제했다. 금융사들은 금융사대로 신용카드 이용한도나 가계대출 한도를 축소했다. 다행히 이같은 신용공급 축소도 최근 저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4분기 말 현재 1백62조6천억원이었던 카드사들의 총한도는 같은 해 3·4분기말 1백37조8천억원 수준까지 빠진 뒤 지난해 3·4분기 말까지 1백37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회원들에 대한 이용한도 축소 러시가 주춤해졌고 일부 외국계 은행에서는 공격적으로 신용대출에 나서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가 개인들의 소비여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실 해소 대책 지속 필요 그렇다고 가계부실이 해소되기 시작했다고 속단하기는 힘들다. 작년 말 현재 경제활동 인구(2천3백18만명) 6명 가운데 1명이 신용불량자로 묶여 있을 정도로 가계부실은 여전히 심각하다. 또 작년 말 현재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백66조원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백35조원의 만기가 올해 돌아온다. 만기연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가계부실은 언제든지 다시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우리은행이 올해 실시키로 한 '가계대출 프리워크아웃'같은 가계 채무재조정 제도를 확산시키는 등의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하영춘·장진모·송종현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