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이 27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계열분리 승인을 받음에 따라 3대에 걸쳐 LG그룹을 구성해온 구-허씨 가문의 57년 동업관계가 마무리됐다. 두 가문은 계열분리를 통해 동업관계가 청산됐지만 서로 사업과 인력교육 부문에서 일정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동반 성장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LG가 만든 제품을 GS의 유통서비스망을 활용하고 LG공장 건설을 GS의 건설부문인 LG건설이 맡는 식이다. 종전처럼 GS 임직원들도 LG인화원에서 직무교육을 받기로 했다. 뿌리가 같은 만큼 창업정신을 공유하겠다는 생각인 셈이다. 구본무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은 잇단 계열분리 작업을 마무리하고 전자와 화학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리딩그룹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세웠으며 허창수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GS그룹은 에너지.유통.서비스 명가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두 가문의 동업은 해방 직후인 1947년 LG그룹의 모체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창립에서 시작됐다. 고 구인회 창업 회장의 장인인 고 허만식씨의 6촌이자 만석꾼이었던 고 허만정씨가 당시 사돈가의 젊은 사업가였던 구인회 회장에게 출자를 제의하면서 자신의 셋째아들(고 허준구 LG건설 전 명예회장)의 경영수업을 맡긴 것. 이렇게 시작된 두 가문의 동업은 △고 구인회-고 허만정씨 △구자경(LG 명예회장)-고 허준구씨 △구본무-허창수 회장 등 3대를 거치며 57년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두 집안은 서로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고 합리적 원칙에 바탕을 둔 '인화'를 강조하면서 큰 불협화음 없이 대를 이어 성공적인 경영을 일궈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의 인화정신에 대해 최종태 서울대 교수는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고의적 잘못을 해도 정으로 감싸주는 어정쩡한 가족주의나 온정주의가 아니라 서로 합의한 원칙을 존중하고 최선을 다해 지킨다는 엄정한 책임의식이 전제돼 있다"고 말했다. GS 분할에 앞서 지난 2003년 11월엔 LG전선을 주축으로 한 LS그룹이 LG에서 계열분리됐다. LS그룹은 구태회,구평회,구두회씨 등 LG 창업고문들의 자녀들인 구자홍 LG전선·LG산전 회장과 구자열 LG전선 부회장이 이끌며 전선.산전.에너지 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