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우리나라는 수출 2천5백42억달러에 2백97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거뒀다. 하지만 이 해도 어김없이 대일무역적자는 무려 2백44억달러를 기록했고 이 중 부품소재분야가 1백31억달러를 차지했다. 한·일수교 40년동안 줄곧 완제품 수출로 번 돈을 일본에 고스란히 갖다 바치고 있는 셈이다. 부품·소재산업은 전체 수출의 40%,고용의 41%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 기반산업이다. 정부가 올해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을 내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임금과 무노조의 여건속에서 급성장하는 중국을 상대로 핵심 부품·소재를 수입해 조립·생산하는 종래의 방식은 더 이상 우리나라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회장 신용웅)는 이러한 부품·소재산업의 세계적 조류와 우리정부의 부품·소재산업 육성정책에 따라 2001년 2월에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이 협의회는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 중 사업성 평가부문을 맡고 있다.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이란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하려는 부품·소재기업을 발굴해 △무담보·무이자 기술개발자금 △투자기관 투자금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로 5년째인 이 사업을 통해 2백80개의 중소기업이 민관 매칭펀드형식으로 약 9천2백60억원(1개사당 평균 30억원)을 지원받아 핵심기술을 개발 중이다. 세코닉스 아모텍 파워로직스 은성코퍼레이션 텔레칩스 등 기업들은 이미 핵심기술 개발에 성공,코스닥에 상장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텔레칩스는 MP3플레이어용 주문형반도체(ASIC) 업체로 최근 MP3플레이어칩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필립스를 제치고 세계 2위로 부상할 정도로 탄탄한 원천기술력을 확보했다.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은 '시장 친화적'사업이라 불리기도 한다.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정부출연금이 10억원이면 투자기관으로부터 7억5천만원(정부출연금의 75%) 이상을 투자받아야 한다. 이는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기술개발을 위해 혈세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또한 벤처캐피털이 주축인 전문 투자기관의 안목을 활용하는 것이며,정부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벤처기업 활성화대책' 중 벤처캐피털의 민간투자확대 유도와 그 축을 같이 한다. 기존의 뿌려주기식 지원이 아니라 될 만한 옥석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는 또 다각적 경영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협의회는 산업자원부로부터 20억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9월부터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한 1천5백개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경영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기업여건에 맞춘 자금,마케팅,인력지원 분야를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성원 협의회 부회장은 "올해 부품·소재기업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위해 MCT(부품·소재)모태펀드 결성을 추진하는 한편 지난해 일본기업들로부터 1억달러 투자유치를 한 '재팬데스크'를 확대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