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선 중소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부실화되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많은 중소기업 사업주는 기회가 닿으면 회사를 정리하겠다고 하고,상당수 종업원 역시 조건만 부합하다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중소기업을 떠나고 싶어한다. 이는 한때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던 중소기업 노사가 이제는 아예 서로를 외면하거나 상대에게 무관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노사관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 노사관계에 대한 정부의 정책,학계의 연구,언론의 보도 등이 편중되다보니 노사문제라고 하면 노동조합,파업,그리고 대기업을 떠올리게 된다. 이 바람에 중소기업의 노사문제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의 노사문제는 사회적 관심사이지만 소리없이 와해돼 가고 있는 중소기업의 노사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역대 정부는 자금지원을 수단으로 중소기업을 육성하려고 했다. 그러나 대기업 부럽지않은 중소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하청에 의존해 간신히 운영되는 중소기업은 많아지고 있다. 하청은 건설업과 제조업에 이어 정보통신분야 등 서비스업에서도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종업원이 기술을 습득한 뒤 회사를 떠나 새 회사를 차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 유난히 많다. 종업원이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제대로 대우해 붙잡아 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낙후시켜 시장력의 열세를 초래하고 결국 지불 능력의 부족을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하고 독자적인 기술과 경영기반을 가진 '강소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먼저 노사관계부터 달라져야 한다. 중소기업의 노사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은 경영의 성격 등이 대기업과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대기업은 물적 자본(자금 등)의 이점을 살리기 쉬운 반면 중소기업은 인적자본의 이점을 활용하기 좋다. 선진국의 성공적인 중소기업은 상장회사는 아니지만 우수한 인적자원에 힘입어 특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기업처럼 기술개발과 생산을 분리하지 않고 생산과정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업원은 이 대가로 높은 임금을 받으며 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기술혁신형 노사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기술혁신을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함으로써 회사의 성장과 종업원의 생활 향상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철학을 세우고,이를 실천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개별 중소기업의 노력만으로 기술혁신형 노사관계가 구축되기 어렵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선 중소기업 노사관계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노사 당사자는 물론 사회적 인식도 함께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국내외 성공적인 중소기업의 노사관계 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알려 중소기업의 노사가 강소기업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술혁신형 노사관계를 수용할 수 있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제도를 개선해 종업원의 기술 등이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핵심 기술을 가진 종업원은 회사의 지분을 가질 수 있고 이윤의 배당 등은 정관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적 회사 형태를 지배구조로 선택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주식회사와 다른 세제를 적용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은 조합원들의 결집체로 간주해 주식회사처럼 법인세를 부과하지 말고 주주 개개인에 대해 소득세만 부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