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28일 올들어 나타나고 있는 증시상승,백화점.카드 매출 증가 등이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좀더 두고봐야한다는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최근의 코스닥시장 상승은 일시적 버블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백화점.카드 매출 증가는 지난 2년간의 수치가 좋지 않은데 따른 기술적 반등일 수 있기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그러나 경기가 부진 상태에서 회복국면으로 전환하는 과도기에는 부정적인 신호와 긍적인 신호가 혼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갈수록 경기회복 징후가 뚜렷해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없지 않다. ▲이건혁 경제부총리 자문관 소비가 회복되고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카드사용액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카드사용액은 작년 1월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카드사용액은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소비가 부진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카드매출이 전년대비 30∼40%씩 감소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카드매출 호전은 소비증가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소비회복은 가계부채가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동안 가정은 소비를줄이고 부채를 상환해 왔다. 실제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낮아지고있다. 아울러 작년에 평균 임금상승률이 5∼6%에 달한 점도 소비진작에 도움을 주고있다고 본다. 현재 소비는 부진에서 회복으로 옮겨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지표도 적지 않다. 전환기에는 항상 긍정적 신호와 부정적 지표들이 혼재하는 법이다. 그러나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긍정적 지표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민성기 한국은행 조사총괄팀장 실물경제와 가까운 백화점, 할인점과 카드 매출 등이 올들어 명절(설) 요인을제외하고 봤을때 작년보다 늘어나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또 고소득층의 소비심리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통계청의 12월 소비자전망조사에서 고소득층의 소비자기대지수가 상승한데다 고가 패밀리 레스토랑 등이 꾸준히 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추세로는 소비회복을 단정할 수 없으며 최소한 2월까지는 지켜봐야 추세를 알 수 있다. 계절적 요인과 명절 변수 등이 상쇄되는 누계치를 봐야 분석이 정확하기 때문이다. 현 단계에서는 소비회복에 대해 논란을 벌이기보다 소비자들에게 경제가 호전될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주는게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최우선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야 경제가 성장하면서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나고 소비자의 불안감도 가시게 될 것이다. 관광.레저.교육.문화 등 지식 서비스업 진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대기업들이진입하도록 하는 등 기업들에게 새로운 투자처도 마련해줘야 한다. ▲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 부동산 가격과 거래가 지난해 11월과 12월께 저점을 통과해 이달부터는 살아나는 분위기이며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올들어 전세는 물론, 매매가격도 소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조사됐다. 이는 최근 정부가 잇따라 투기지역을 해제하면서 위축된 시장심리가 회복되는데다 겨울방학을 맞아 이사철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전국의 주택매매 가격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나타냈으나 최근의 분위기로 미뤄올해는 추세적인 반등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의 부동산시장 거래가 실수요자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급격하게 시장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특히 건설수요가 여전히 최악의 상황이어서 경기에 부담이 되고 있다. 건설경기는 산업전방위 효과가 있어 고용과 소비에 큰 효과가 있는데 최근의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건설수요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경기가 회복단계에 접어들었는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경기 회복조짐의 근거로 백화점 매출과 신용카드 사용액의 증가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한 가지 사안으로 세 가지를 동시에 보는 것이어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확신하는데 무리가 있다. 다시 말해 고소득층이 백화점에서 신용카드로 구매를 한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소비심리나 경기가 회복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힘들다. 코스닥 등 주식시장의 활황이 소비자들의 심리에 도움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말하자면 최악은 지나갔다고 볼 수 있지만 회복단계에 들어갔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경기회복을 위해 추가적인 대책을 시행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본다. 지난해에 금융과 재정 등 여러가지 경기회복 대책이 나왔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책을 시행하면 자칫 자산버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의 분위기를 본다면 경기저점 시기가 당초 예상했던 올 2.4분기에서 1.4분기로 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에는 회복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박사 백화점 매출과 신용카드 사용액의 증가를 갖고 소비가 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코스닥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지만 자산의 증가가 소비로 이어지는 자산소득효과가 발생할 정도는 아니다. 또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신불자도 아직 360만명이나 된다. 취업자 증가도 질적인 면에서는 좋지 않다. 코스닥은 정부의 벤처활성화 대책에 따른 기대감으로 비정상적으로 과열돼 있는상태다. 옛날의 정보기술(IT) 산업처럼 경제 전체를 이끌고 갈 산업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견조한 회복세가 뚜렷하게 가시화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경기는 횡보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수치가 플러스로 나오는 것은지난 2년간의 수치가 좋지 않은데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봐야 한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등 소비회복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있지만 소득증가 효과가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 주택담보대출 상환부담도 가중된 상태이기 때문에 소득이늘어나도 지난해처럼 소비보다는 부채상환에 치중할 수도 있다. 경기회복은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 물론 정부의 재정 상반기 조기집행,하반기 종합투자계획, 생계형 신용불량자 대책 등이 제대로 시행된다는 전제조건이충족돼야 한다. 소비와 함께 내수의 다른 한축인 투자의 경우 수치상으로 좋게 나올 수 있다. 지난 2001년과 2002년 기업의 유형 고정자산이 2년 연속 감소했기 때문에 노후장비교체, 대체설비 투자수요를 감안하면 숫자는 좋게 나올 수 있다. 투자가 성장동력을창출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거시경제팀장 소비경기 회복은 6∼7월 이후에나 가능하며 최근에 나타나는 소비경기 회복조짐은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신호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소비경기 회복조짐은 추세적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수출호조에 따른 이익을 직원들에게 상여금으로 나눠줘 소비가 늘었고 날씨가 1월에 갑자기 추워져 겨울제품의 매출도 증가했는데, 이는 일시적 현상이다. 코스닥시장이 상승했으나 그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부의 효과에 따른 소비진작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소비경기가 살아나려면 올해 수출증가율이 10%정도로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이생겨야 한다. 아울러 고용증가 현상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따라서 아직은 소비경기가 조기에 회복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 국내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더이상 악화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다만, 최근의 일부 지표를 두고 경기회복을 거론하기는 이른 감이 있으며 당장경기회복 시점을 예상하기도 어렵다. 어느정도 경기판단을 하려면 1월 산업활동 동향을 봐야 한다. 백화점 매출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샘플조사라서 회복을 단정할 수는 없고 과거의 예로 미뤄 백화점 매출과 실제 산업동향 지표가 일치하지 않는다. 백화점들의 소비유인 전략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말부터 쏟아진 벤처 활성화 대책과 종합투자계획 등으로 분위기는 좋은상태라고 할 수 있으나 구조적으로 소비가 예전처럼 가파른 상승곡선을 나타내지는못할 것으로 보인다. 즉, 국민연금 등 사회부담금 증가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개인소득이 줄어있는 상태인데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금 추진하고 있는 여러 정책들이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희망을 줘야 하고 국민연금 등 사회부담금에 대해 현재의 부담이 결국 수혜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재경팀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