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 120년만에 간판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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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제2위 지역 통신업체인 SBC커뮤니케이션스가 AT&T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양사간 인수협상이 성사되면 SBC는 미국내 제1위의 통신회사로 떠오르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 업계 소식통을 인용,"AT&T 인수 가격이 약 1백60억달러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협상이 성사될 경우 1백20년 전통의 AT&T는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고 보도했다.
◆아기 벨이 엄마 벨을 인수한다=1885년 설립된 AT&T는 한때 미국 최대 통신그룹이었으나 지난 84년 반독점 소송에 패소,7개의 지역 전화회사로 강제 분할됐다.
이때 분가한 통신회사들이 버라이즌 SBC 벨사우스 등이며,이후 AT&T는 '마 벨(Ma Bell·엄마 벨)',분가한 지역 전화회사들은 '베이비 벨(Baby Bell·아기 벨)'로 불려왔다.
따라서 이번 SBC의 AT&T 인수가 성사되면 '아기 벨'이 '엄마 벨'을 역인수하는 셈이다.
SBC는 캘리포니아 텍사스 일리노이 등 미국 중서부와 남부 일원에 걸쳐 5천만명의 유선전화 가입자를 두고 있으며,장거리 전화망에 정부 및 기업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AT&T는 사세가 위축되긴 했으나 아직 2천5백만명의 장거리전화 가입자와 3백만개의 기업 고객을 보유하고 있어 SBC에는 '보완적인 기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통신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유선전화,쇠락의 길을 걸었다=지난 84년 분할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AT&T는 미국 전화시장의 90%를 장악했었다.
하지만 현재 이 회사의 신용등급은 정크본드 수준(BB+)까지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 회사 채권은 부도가 날 가능성이 크므로 투자할 때 각별히 주의하라는 뜻이다.
휴대전화와 초고속 인터넷폰,광통신 케이블 회사 등이 유선전화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유선전화 회사 AT&T는 '속도와 가격'면에서 다른 경쟁자들에게 계속 뒤처졌다.
특히 96년 법원 판결로 그동안 큰 재미를 봤던 장거리전화 시장마저 베이비 벨들에 개방되면서 AT&T는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졌다.
광통신망의 발달로 누구라도 큰 자본 없이 유선전화 사업에 뛰어들 수 있어 AT&T는 더욱 치열한 경쟁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해 AT&T는 생존을 위해 전체 종업원의 23%에 달하는 1만8천4백여명을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매출은 계속 줄었고 올해 역시 15%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1백달러 선에서 움직이던 AT&T 주가는 현재 4분의 1로 급락한 19달러를 기록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T&T의 쇠락은 거대 독점기업으로서 외부환경 변화에 둔감했던 탓"이라며 "향후 5년간은 통신 사업자들의 운명을 바꿔놓을 중요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