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규대명사 통일중공업 '노사화합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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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분규사업장인 통일중공업의 노와 사,주주가 22년만에 함께 활짝 웃었다.
지난해 임금동결과 고용안정이라는 '도요타 방식의 노사대타협'을 이뤄낸 노사가 한 마음으로 회사 살리기에 나서 완전한 경영정상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통일중공업은 지난해 84억원의 영업이익과 2백57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주당 25원의 배당을 실시하게 됐다고 28일 발표했다.
이 회사가 영업이익을 내긴 8년만이며 배당은 무려 22년만이다.
사측은 인수 2년만에 경영정상화를 이뤄냈고 임금동결에 합의한 1천3백여 근로자들은 연말 1인당 3백90만원의 성과급을 챙겼다.
주주들도 주당 5%의 배당을 받게 됐다.
노-사-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윈-윈(win-win)하게 된 셈이다.
통일중공업은 노사분규가 심하기로 유명한 창원에서도 '만성 분규사업장'으로 분류돼온 사업장.회사가 삼영에 인수된 지난 2003년에도 파업으로 공장 가동이 3개월이나 중단돼 44억원의 영업적자를 본 회사다.
이 회사가 노사대타협을 이뤄낸 것은 지난해 4월.인수 후에도 분규를 일삼던 노조에 대해 직장폐쇄와 무노동무임금이라는 극약처방으로 맞선 최평규 회장이 근로자들과 머리를 맞대 도출해낸 결과였다.
회사는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대신 노조는 회사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임금을 동결한다는 내용이었다.
노조도 더 이상의 파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실감했던 시점이었다.
노사간 엉킨 매듭을 풀기 시작한 것은 최 회장이었다.
모든 경영실태를 노조에 공개해 신뢰를 얻었고 자신의 사재를 털어가며 노조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사대타협이 이뤄진 지난해 4월에는 장기적으로 회사 체질 강화에 노사가 함께 힘쓰자며 삼영이 보유한 주식 일부를 사원 1인당 7천8백92주씩 액면가(5백원)에 나눠줬다.
노조도 마음을 움직이게 된 배경이다.
이런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손해를 본 것은 없다.
2003년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임단협 투쟁을 통해 얻은 것은 고작 1인당 평균임금 1백30만원 인상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인당 3백90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경영정상화를 통해 임금동결에 합의해 준 것이 오히려 10% 가량의 실질 임금 인상 효과로 되돌아온 셈이다.
인수 후 공장을 지키며 정상화를 추진해 온 최 회장은 금년 초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인 홍영기 사장에게 물려줬다.
노사 화합의 틀을 만든 만큼 전문 경영인 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따른 조치였다.
그렇다고 이 회사 노사관계가 완전한 안정기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
회사 관계자는 "요즘엔 대타협 이후 휴업휴가를 떠났던 1백50명이 직장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전환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며 "그러나 노사가 대타협의 성과를 맛본 만큼 큰 무리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