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현대증권 영업점 창구에선 고객들의 작은 항의소동이 벌어졌다. 현대가 판매한 '부동산경매 펀드'가 10분만에 매진되자 청약을 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항의가 이어진 것. 현대는 펀드규모를 1천5백억원으로 5백억원 확대해 투자자들의 항의를 간신히 무마할수 있었다. 부동산경매 펀드를 기획한 주인공은 정인식 현대증권 자산관리본부장. 정 본부장은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때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은 날로 인기를 더해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수익성,안정성 두 마리 토끼 잡는다 부동산 경매펀드는 법원 경매나 공매를 통해 부동산 실물에 투자하는 펀드다. 정 본부장은 "경매는 경기침체기의 유망 투자상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개인들이 접근하기는 여러 이유로 어려운 점이 많다"며 "명도(세입자 내보내기) 과정에서 소송을 치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매펀드는 낙찰,관리,처분을 전문회사가 대신 처리해 주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일일이 신경 안 쓰고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개인 투자자가 엄두조차 내기 힘든 대형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것도 부동산경매 펀드의 또 다른 장점이다. 그는 "대형 부동산의 경우 응찰자가 적어 낙찰가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부동산 경매펀드는 생계형 부동산보다는 1백억원대가 넘는 업무용 부동산에 집중 투자해 수익을 높이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했다는 것이다. 양도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어 절세효과도 뛰어나다. 정 본부장은 부동산경매 펀드의 연 수익률이 9∼12%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펀드와 함께 인기를 끌고 있는 실물펀드인 선박펀드의 예상 수익률은 연 6% 수준이다. ◆2,3호 펀드 잇따를 듯 이 펀드의 운용사인 와이즈에셋자산운용에는 다른 증권사와 은행들의 판매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현대증권은 내달 중 부동산경매 펀드 2호를 판매할 계획이다. 새 펀드 상품을 만든 업체에 주어지는 배타적 우선판매기간이 끝나는 4월 이후에는 다른 운용사도 신상품을 잇따라 내놓을 전망이다. 향후에는 리모델링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에 투자하는 펀드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 본부장은 "최근 들어 경매시장에 대형 매물들이 급증하는 반면 낙찰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며 부동산 경매펀드에 대한 높은 인기를 자신했다. 낙찰가가 감정가에 비해 낮고 낙찰 가능성도 커져 수익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부동산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되팔 때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경매·공매를 통해 사들인 부동산은 3년간 팔지 못하는 만큼 유동성 확보가 관건이다. 장기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