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강정원 체제 만 3개월을 맞으면서 본격적인 변신에 나서고 있다. "몸집(자산)은 거대하지만 경영성적은 업계 최저"(강정원 행장)라는 자가진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주 발표된 3천8백명의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 그 노력의 신호탄이다. 다음달에는 점포 통폐합 작업에도 손을 댄다. 또 이같은 외과적 수술과 병행해 내과적 체질개선도 모색하고 있다. '사람'보다 '시스템'을 중시하고, '성장'보다 '내실'을 추구하는 쪽으로 경영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조직 군살빼기 작업 국민은행은 내달 21일 서울 갈월동 지점 등 전국적으로 29개 점포를 폐쇄해 인근 점포에 통합시키기로 했다. 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점에 대한 일상적인 통폐합 작업"이라고 말해 앞으로도 수시로 수익성을 평가해 영업망을 재정비할 것임을 시사했다. 작년 9월말 현재 국민은행의 점포수는 1천1백20개에 달한다. 이는 합병 직후인 2001년말의 1천1백25개에 비해 고작 5개 줄어든 것이어서 그동안 "영업망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 순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한 반면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2천억원에도 못미친데에는 이런 비효율성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강정원 행장은 "우리는 최하위 수준이며 이대로 가면 희망이 없다"며 직원들의 경각심을 요구했다. 은행장 스스로 꼴찌를 인정한 것은 과거 여느 은행장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사람보다 시스템 강 행장은 작년 11월1일 취임 후 곧바로 본부조직을 뜯어고쳤다. 종전 9개 그룹(부행장)을 15개 그룹으로 세분화했고 특히 각 부문별 여신심사 업무를 별도의 여신관리그룹으로 분리,힘을 실어줬다. 또 과거 은행장 직속이었던 자금본부를 별도 그룹화하고 파생상품사업단을 신설했다. 인사·재무·전략도 각각 분리했다. 부행장 1명이 총괄했던 개인금융그룹도 3명으로 나눴다. 이에 대해 김동원 전략담당 부행장은 "시스템 정비의 최종 목표는 국민은행을 머니머신(money machine)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누가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은행전쟁의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보다 내실 과거 국민은행의 비전은 '세계금융의 별'이었다. 그 일환으로 매년 아시아지역의 은행을 1∼2개씩 인수한다는 '팬아시아정책'을 세우고 인도네시아 BII은행을 인수했었다. 그러나 강 행장은 '세계금융의 별'이란 슬로건 대신 '대한민국의 대표은행'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또 "2백조원의 자산이면 충분하다"며 성장보다 내실을 강조했다. 은행 관계자는 "세계적 금융회사를 지향하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면서 "자산규모에 걸맞은 돈을 벌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게 시급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같은 조직개편과 전략수정에 대해 내부의 반발도 없지 않다. 국민은행 안팎에서는 "내실 다지기가 결국 단기 실적주의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대두되고 있다. 강 행장이 이런 비판적 시각에 어떤 답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