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예요."


김정만 LG산전 사장은 사내외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린다.


지난 2001년 LG산전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이래 주로 '돈 안되는' 사업을 정리하는 일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엘리베이터 자동판매기 동제련 사업 등을 차례 차례 매각하며 지난 2000년 말 3천9백64%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지난해 2백%대로 낮추는 수완을 발휘했다.


하지만 감원조치가 뒤따르는 구조조정 작업을 진두지휘하다보니 '옆을 스쳐 지나가면 찬 바람이 불 정도로 서슬퍼런 CEO'라는 소리도 들어야 했다.


그러던 김 사장이 최근 들어 '부드러운 CEO'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27일 우수사원 가족들을 청주 공장으로 초청,식사를 같이 했다. 이튿날 새벽에는 LG산전 혁신학교에 입소한 직원들의 야간 행군 현장을 찾아 함께 길을 걸으며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


김 사장이 '변신'을 시도하는 이유는 이제 구조조정이 아닌 '열린 경영'이 LG산전이 한 단계 도약하는데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몇 년 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벌여온 결과 지난해 1조원 매출에 8백44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성장의 기틀을 다졌다"며 "구조조정의 긴 터널을 벗어난 만큼 이제 중요한 것은 임직원들이 서로를 믿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앞으로 매달 임직원들과 '호프 미팅'을 갖는 한편 결혼기념일을 맞이한 임직원에게 축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로 하는 등 '따뜻한 CEO'로 다가서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