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순이익 1백억달러 달성,포스코 영업이익 5조원 돌파,LG전자와 SK㈜ 순이익 1조원 시대 개막,하나·신한·우리 등 대형은행 순이익 1조원 클럽 가입…. 올해초부터 속속 공개되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지난해 성적표다. 삼성전자는 이미 세계적 초우량기업으로 자리매김했으며,다른 주요 대기업들도 세계에서 주목받는 우량기업으로 잇달아 발돋움하고 있다. 국내 간판 기업들의 '선전(善戰)'은 국민들에게 축구나 쇼트트랙 스케이팅 등 스포츠 국가대표팀의 의미 있는 승전보 못지 않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소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실적상승에 따른 과실(果實)을 나눠 갖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기업 수익이 증가하는 것에 비례해 가계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가계와 기업의 성장 양극화 현상'보고서는 이를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기업소득 증가율은 38.7%에 달한 반면 개인소득 증가율은 2.6%에 그쳤다. 2000∼2003년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한 실질소득 증가율도 기업은 62.6%로 치솟았으나 개인부문은 0.3%로 떨어졌다. 이처럼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간 괴리가 생긴 배경엔 상당수 국민들의 '주식투자 혐오증'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가계와 기업은 '가계 주식투자→기업에 대한 자본 공급→기업 투자 확대→기업 실적 호전→주가 상승·배당금 확대→가계 소득 증대→소비 확대→기업 실적 호전' 등의 선순환 고리를 맺어야만 장기간 동반 성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1997년말 외환위기 이후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내다팔기 시작하면서부터 선순환 고리는 끊어졌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8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기관과 개인 등 국내 투자자들은 거래소 시장에서 47조4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처분했다. 이 주식은 고스란히 외국인 손에 들어갔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의 우량기업은 외국인이 50% 이상의 지분을 가져갔다. 외국인은 98년부터 7년간 47조4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여 1백15조4천억원의 평가차익을 챙겼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구조조정 △부채 축소 △기술개발 △세계시장 개척 △투명성 강화 △주주중시 경영 전환 등으로 일군 성과 대부분을 외국인이 챙겨간 것이다. 이처럼 왜곡된 구조가 형성된 것은 국민들의 안전자산 선호와 더불어 정부의 뒤늦은 정책 대응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그간 원칙적으로 금지됐다가 올해부터 허용됐으며,새로운 주식투자 재원으로 기대되는 퇴직연금도 올 연말부터나 도입된다. 청소년에 대한 체계적 금융교육 등에 대해선 정부 차원의 접근이 시도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원기 메릴린치 서울지점 전무는 "기업 성장의 과실은 주가 상승과 배당금 증가로 나타난다"며 "정부의 적절한 정책이 나오지 않고 한국인들의 주식투자 외면이 계속된다면 우량기업에 열리는 달콤한 열매는 앞으로도 대부분 외국인 차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