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자기소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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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디좁은 취업 관문을 통과하는 첫번째 단계가 서류전형이다.
그 중에서도 '자기소개서'는 입사의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꼽힌다.
간단한 이력서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지원자의 특기,가치관,창의성,포부,대인관계 등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자기소개서를 쓰려 하면 말처럼 그리 쉽지가 않다.
지난 성장과정을 거울 속에 비춰보며 "나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어서다.
아무것도 아니면서 무엇이나 된 것처럼 생각하면 자신을 속이는 것 같고,반대의 경우는 지나친 겸양인 듯해서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어느 시인은 자신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현명한 인물이라고 했다지만 현실은 어디 그런가.
취직이라고 하는 장벽 앞에서 자기소개서를 통해 인사담당자들을 감동시켜야 하고 아울러 깊은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나'에 대한 존재는 지나친 욕망으로 채워지지 않고 치수가 잘 맞는 의복을 입은 것처럼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 강조돼야 하는 것이다.
자신감이 없고 차별화되지 않는 모습은 금물이다.
채용정보업체인 스카우트가 최근 조사한 자료를 보면 아직도 개성이 없고 상투적인 자기소개서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활달한 성격으로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유복하지는 않지만 화목한 가정에서" 하는 식인데,한 마디로 판에 박힌 '붕어빵 지원서'라는 얘기다.
이런 소개서가 가장 큰 감점 요인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인사담당자들이 지원서를 보는 시간은 2분 남짓이라고 한다.
이렇다면 첫 줄에서 눈길을 잡아야 한다.
기업가의 멋진 어록이나 소설,격언을 인용하면서 자신을 빗대는 것도 한 방법일 게다.
지원동기를 분명히 밝히고 색깔있는 '끼'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취업시장이 다양하게 형성된 미국과 유럽의 소개서를 보면 한 편의 수필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벗은 자신이고 나를 구하는 유일한 힘 역시 자신 속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일에 인색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은가.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