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장' 출신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등장으로 '철옹성' 한국 교육이 개혁의 대전기를 맞을지 주목되고 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이나 교역 규모면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면서도 교육 경쟁력과 만족도는 하위권으로 평가받아 왔다. 사회민주주의를 고집해 오던 북유럽 선진국에서부터 중국에 이르기까지 지금 세계적 교육 화두는 '교육이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하지만 한국은 그동안 이런 흐름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교육계 내부에도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지만 리더십 부재 등으로 개혁은 번번이 좌절됐었다. 경제통인 신임 부총리는 우리 교육에 개방,경쟁,분권이라는 3대 과제를 접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를 임명한 노무현 대통령도 '대학은 산업'이라고 강조한 데서 보듯 현 정부가 모처럼 교육개혁 의지를 세웠다. 우리 교육이 글로벌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와 해법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짚어본다. -------------------------------------------------------------- 스웨덴 스톡홀름 태비구에 있는 IMR 초등학교(I M R Skolan).지난 90년대 초 학생이 줄어 문을 닫아야 했던 이 학교는 2003년 스톡홀름 교육청의 학력평가에서 3위를 차지,스웨덴 교육혁신의 상징으로 꼽히고 있다. 혁신의 주인공인 현 교장 세실리아 스퓨렌은 10년 전 이 폐교를 정부로부터 인수,주식회사 형태인 '국제음악문학학교(International Music Retory)'로 간판을 바꿨다. 스퓨렌 교장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뿐만 아니라 멀리 일본에서도 교사를 초빙해 온 것.그는 '글로벌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인재의 기본은 외국어 실력에 있다'고 보았다. 외국어 실력을 바탕에 깔고 음악과 문학 분야를 특성화시켰다. 10주마다 학생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하고 교과과정 등 문제점을 즉시 고쳤다. IMR의 성공은 '스쿨초이스(학교선택권)'라는 스웨덴 정부의 시장(교육소비자) 지향적 제도 개혁 덕분이다. 현재 스웨덴에는 이 같은 주식회사 초등학교가 1백여개에 달한다. 유럽식 사회주의(사회민주주의)의 원조 스웨덴이 '스쿨초이스'라는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스톡홀름 교육청의 황선준 국장(한국계)은 "평등주의적인 교육으론 글로벌 경쟁시대에 낙오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 결과"라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간 경쟁을 통해 경쟁력이 없는 학교는 스스로 문을 닫도록 한 결과 학교와 교사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도 소비자(학생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아직 사회주의 국가임을 자처하는 중국도 사립학교에 대해선 규제를 풀어버린 지 오래다. 2002년 마련된 중국 사학진흥촉진법은 '기부에 의한 사학운영 권장 및 기부자에 대한 우대 규정'을 담고 있다. 특히 '학교 경영상 순수익이 있을 경우 투자자는 이사회의 결정에 의해 적정선의 투자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사학투자자의 투자수익 회수까지 보장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교육정책 기조를 공익에서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대학 구조조정에도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대 7백33개 대학을 2백88개로 합병했다. 이 뿐만 아니라 칭화대,베이징대,톈진대 등 10개 최우수 대학을 세계적 반열에 올려 놓는다는 목표 아래 예산을 집중 지원하는 '985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만약 한국에서 정부의 집중 지원 대상 상위 10개 대학을 선정했다면 학교는 물론 교육단체들까지 발칵 뒤집혔을 것"이라면서 "각종 명분을 붙여 나눠먹기식으로 대학을 지원하는 한국의 대학육성책이야말로 사회주의적"이라고 말했다. '무상교육'을 장기로 내세워 온 독일도 2006년도 겨울학기부터 등록금을 부과키로 했다. 공짜교육을 시켜온 결과 대학에 적을 걸어 놓고 빈둥거리는 장기 학생들이 늘면서 교수 대 학생 비율이 미국 영국 대학의 3∼4배나 됐고 교육 경쟁력이 형편 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도 1백1개였던 국립대학을 89개로 통·폐합했다. 또 지난해 국립대 12곳을 법인화해 경쟁체제로 바꿨고 모든 권한을 대학 학장(총장)에게 맡겼다. 싱가포르는 '동아시아 교육허브'를 국책 차원에서 구축하기 위해 세계 유명 대학원 유치에 나섰다. 유치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싱가포르는 미국 MIT와의 공동 운영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에만 7년간 2억달러를 쏟아 부었을 정도.그 결과 외국인 유학생이 5년 만에 50%나 늘어났고,인시아드 MBA 프로그램은 지난 24일 발표된 파이낸셜타임스의 세계 1백대 MBA 프로그램 순위에서 당당히 8위에 올랐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교육혁신에 매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한국은 노동과 자본이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낮아지고 있어 경제성장을 꾸준히 이룩하려면 인적자본 투입과 생산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생산성 또한 인적자본의 성장이 밑받침돼야 하는 요소라는 측면에서 인적자본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