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대작 '콘스탄틴'(감독 프랜시스 로렌스)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맡은 역은 그의 전작 '매트릭스'의 네오와 비슷하다.
네오가 기계에 의해 조종되는 인류를 구원하는 '미래의 예수'였다면 콘스탄틴은 이승에 들끓는 악을 퇴치하는 '현세의 예수'다.
두 작품은 나란히 악의 개념을 상정한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해 구원의 문제를 다뤘다.
전작이 SF 장르라면 신작은 종교영화에 가깝다.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 퇴마사 콘스탄틴이 악귀가 깃든 한 여인과 격투를 벌인다.
콘스탄틴이 거울을 들이대자 악귀는 여인의 육신에서 빠져나오고 콘스탄틴에 의해 제거된다.
이 격투신과 함께 '악마의 아들'이 이승에 내려오는 모습이 병치되면서 선과 악의 한판 승부가 예고된다.
콘스탄틴의 투쟁 과정에는 선악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악은 인간의 내면에 기생하면서 타인에게 고통과 공포를 주는 존재다.
그것은 자신의 흉측한 몰골을 직시하기를 꺼린다.
배경 도시인 로스앤젤레스가 악귀들의 천국으로 묘사된 것은 타락한 현실세계에 대한 은유다.
반면 선은 타인을 위한 자기 희생이다.
악귀에게 희생된 이사벨(레이첼 와이즈)의 운명을 스스로 짊어지려는 콘스탄틴은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졌던 예수와 같다.
절정부 악마와의 대결에서 양 손목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그의 모습은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를 변형한 것이다.
선악은 불과 물의 이미지로 그려져 있다.
단테의 '신곡'에 묘사된 것처럼 지옥의 풍경은 악귀가 창궐하고 화염에 휩싸여 있다.
폐암에 걸린 콘스탄틴이 줄곧 피워대는 담배는 육신을 태우는 '악의 불'이다.
콘스탄틴의 흡연 장면은 악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인간 전체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다.
악의 화염과 맞서는 퇴마사들은 물을 이용한다.
악의 위협이 커질수록 세면기 욕조 수영장 등으로 물의 양도 많아진다.
물이 십자가에 닿으면,즉 신성이 부여되는 순간 성수로 변해 악귀들을 퇴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네오의 이미지를 그대로 빌려온 키아누 리브스의 연기는 신선하지 않다.
새로운 차원의 이야기가 새록새록 전개됐던 '매트릭스'와 달리 이 작품의 스토리는 너무 단순하다.
8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