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정보기술(IT)업계에 여성임원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히 여성비율 채우기가 아니라 핵심부문에서 승진경쟁자인 남성을 누르고 최고자리를 향해 달리고 있다. 한국IBM의 박정화씨는 여성임원의 신화로 꼽힌다.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22년 만에 처음으로 전무자리를 꿰찼다. 쟁쟁한 남성 경쟁자를 누르고 상무에서 승진했다. 한국IBM 38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있는 일대 사건이라는 게 IT업계의 평가다. 박 전무는 1982년 입사때부터 맡아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부문을 계속 맡게 된다. 한국HP에선 이화령 대정부·공공관계 이사,최영미 인사부 이사,김정현 인사부 이사 등 3명의 여성간부가 지난 11월 정기인사에서 별을 달았다. 한국기업에서 남성임원 전용석인 대정부·공공관계 임원과 인사임원 자리를 여성임원이 차지했다. 한국HP에는 이들 외에도 이화숙 이사(커스터머 시스템 그룹 테크니컬 컨설팅 담당),최인녕 이사(이미징 프린팅 그룹 마케팅),홍연기 이사(이미징 프린팅 그룹 서플라이 체인 오퍼레이션) 등이 핵심포스트를 수행하고 있다. IT업계에선 6명의 여성임원을 보유한 한국HP를 일컬어 '아마존 군단'으로 부르기도 한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정태희씨도 올 신년인사에서 인사부 이사로 승진했다. 정 이사는 올해 35세로 화제의 인물이 됐다. 정 이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로 '썬업'과 '썬스타' 등 한국썬의 인사와 복지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텔코리아의 권명숙 상무도 맹활약하고 있다. 99년부터 인텔코리아의 마케팅 담당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한국의 PC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인텔 인사이드' 마케팅과 펜티엄4 광고를 주도,인텔의 인지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전공이 있다. 2000년부터 한국오라클의 인사담당 임원을 맡아온 지미경 본부장도 여성임원 돌풍의 한 사람이다. 이처럼 '여풍(女風)'이 거센 것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일처리와 감성적인 마케팅이 제품의 경쟁력과 기업이미지 향상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기업에 비해 남녀 차별이 덜하고 우수 여성인력이 근무여건이 좋은 외국계 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여성 돌풍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