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33개'(레너드)와 '이글 4-버디 25개'(오길비)는 스코어상으로는 똑같다.


어찌보면 이글이 포함된 후자가 더 화려하고 승자에 가까울 법하다.


그렇지만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웨스트 파머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PGA투어 봅호프크라이슬러클래식(총상금 4백70만달러)은 화려한 언더파 스코어보다는 실수(보기·더블보기)를 적게 하는 편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승다툼은 4라운드에서 선두에 3타차로 접근한 저스틴 레너드(35)와 투어 2년차의 조 오길비(31·이상 미국)로 좁혀졌다.


오길비는 1∼4라운드에서 줄곧 선두를 유지하며 생애 첫 승을 바라보았다.


97브리티시오픈 챔피언 레너드는 지난해 '톱10'에 단 세번 들며 기대이하의 성적을 냈고 지난주 뷰익인비테이셔널에서는 커트탈락하기도 했다.


더욱 오길비는 4라운드까지 이글 4개(버디22개)를 낚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하지만 최종일 두 선수의 승부를 가른 것은 '굿샷'이 아니라 '실수'였다.


4라운드까지 단 4개의 보기만 있었던 오길비는 5라운드 들어 1,3번홀에서 잇따라 보기를 기록했고 10번홀(파4)에서는 더블보기까지 범했다.


버디 3개를 잡았지만 보기-더블보기로 인해 이 대회 첫 오버파 스코어를 내며 선두자리를 내주고 만것.그 반면 프로 12년차의 레너드는 침착했다.


작은 체구여서 드라이버샷 거리는 평균 2백78야드(랭킹 63위)에 불과했지만 정확성(페어웨이안착률 80.9%)은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


레너드가 승기를 잡게 된 또다른 요인은 퍼트.그는 5일동안 퍼트수가 라운드당 25.6개,홀당 1.56개(랭킹 1위)에 불과했다.


레너드는 3백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력이나 그에서 비롯되는 이글은 없었지만 정확도를 생명으로 하는 '또박이 골프'로 최종일 버디 6개를 잡고 보기는 단 1개에 그쳤다.


레너드는 합계 28언더파(버디33 보기5개)로 오길비를 3타차로 제치고 2003혼다클래식 이후 2년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통산 9승째.우승상금은 84만6천달러(약 8억7천만원)다.


2002,2004년 이 대회 챔피언 필 미켈슨(35·미국)은 합계 21언더파 3백39타로 공동 12위에 그쳤다.


함께 출전해 관심을 모았던 스태들러와 하스 부자(父子)는 모두 50세를 넘긴 아버지가 더 좋은 성적을 냈다.


크레이그 스태들러와 제이 하스(이상 52·미국)는 각각 14위,23위를 기록하며 아들인 케빈(53위)과 빌(34위)을 제쳤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