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가 살아나면서 집값이 꿈틀거리자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다 또다시 기회를 놓치는게 아닌가'하는 조급함에 일선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아보지만 여전히 답답하기만하다. 중개업소들이 추천하는 매물은 이미 가격이 오른데다 동.호수도 성에 차지 않는다.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공산이 큰 만큼 좀더 여유를 가지라는 "거시안"적인 조언도 다급함을 진정시키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그래서 집값 바닥론이 득세하고 있는 요즘 일선 '토박이' 부동산중개업소 사장들이 조언하는 실수요자들의 행동지침과 체크포인트는 새겨볼 만하다. ◆기준을 세우라 똑같이 전세살이를 해온 박모씨(36)와 송모씨(38)는 해가 바뀌면서 처지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송씨는 올초 목동13단지 27평형을 3억4천만원에 계약했다. 이 때만 해도 3억원짜리 매물이 있었지만 4천만원을 더 들여서 로열층 아파트를 매입한 것.송씨의 논리는 비교적 간단했다. 최근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가가 1천만원을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학군이 비교적 괜찮은 목동아파트를 평당 1천만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사는 건 무리가 아니라고 판단,행동에 옮겼다. 반면 박씨는 작년 말 3억원에 계약했다 해지한 걸 후회하고 있다. 1백만원의 계약금을 걸었다가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주위의 충고를 듣고 곧바로 해약한 아파트의 호가가 3억4천만원으로 껑충 뛰어버렸다. ◆길가보다는 안쪽 부동산을 반드시 들러라 김모씨(40)는 지난 주말 직접 현지 중개업소를 방문했다. 단지 내 주요 도로변 눈에 쉽게 띄는 곳을 우선 들렀다. 이 곳 사장은 "급매물이 이미 다 팔려 1주일 뒤에는 현재 가격으로 매물을 찾기 힘들다"며 매수를 권유했다. 하지만 단지 내 상가 안쪽 또다른 중개업소의 사장으로부터 판이한 설명을 들었다. 급매물이 팔려나가긴 해도 추격매수 등 상승장의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 너무 서둘지 말라고 했다. ◆매도 호가대로 팔리는지 살펴라 최근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추가 상승세로 이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장기간 보합에서 머물다 급매물이 소진되는 초기엔 반드시 호가가 먼저 뛴다. 이런 호가상승 뒤엔 통상 '사자세'와 '팔자세' 간 지루한 힘겨루기가 이어진다. 하루 새 몇 천만원이 뜀박질하는 급상승장이 아니라면 급매물이 나오기 전 매도호가대로 팔리는지를 찬찬히 살피는 '호흡조절' 단계가 필요하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충고다. ◆조용할 때가 적기다 급매물이 안팔리면 거래가 실종된다. 이 때는 급매물도 가격흥정이 가능한 시점이다. 누구도 관심이 없으니 추가 하락의 공포감에 집주인이 서둘러 팔려하기 때문이다. 작년 말까지가 대체로 이런 분위기였다. 이런 시기를 갓 지나면 매물도 종적을 감추고 호가도 뛰게 된다. 이럴 때 오히려 실수요자들은 인내를 가지고 다시 조용해지길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게 중개업계 '터줏대감'들의 조언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