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20조, 매출 11조원대의 '대표적 대기업' KT(사장·이용경)


<< 사진 설명 : 송기유 상무 >>


옛 체신부 산하 우정국에서 공기업 한국통신으로, 또 다시 완전 민영화된 'KT'로 숨가쁘게 변천해 온 기업역사와 거대규모 자체가 뿜어내는 이미지로만 보면 KT는 '관료조직' 그 자체인 듯 하다.


하지만 굴지의 대기업 KT는 지난해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기업투명성 1위 기업'으로,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로부터는 '아시아에서 가장 기업지배구조가 좋은 회사'로 선정됐다.


또한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수여하는 2004년 '감사대상'을 받기도 했다.


너무나 비대하여 시대에 뒤 떨어질 것처럼 보이던 KT의 이같은 다이내믹한 역동성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글로벌스탠다드'(Global Standard)와 '세계초일류'를 지향하는 KT 임직원들의 정신자세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KT 관계자들은 말한다.


KT는 경영, 회계 부문에서도 초일류기업 답게 면모를 일신해 왔다. '통합ERP시스템'을 일찌감치 도입해 회계를 비롯한 업무 전반에 대한 집중적인 통제가 가능토록 했으며, 최근에는 법인카드 무전표 시스템을 본격 시행함으로써 투명회계 인프라 구축에 한층 더 신경쓰고 있는 모습이다.


클린회계 선도 기업으로 불리는 KT. 그 핵심부서 재무실을 이끌고 있는 송기유 상무(공인회계사)를 [조세일보]가 만나 보았다.



▲기업이 '클린회계'를 달성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기업의 지배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클린회계를 저해하는 요소 중 가장 강력한 요인은 사주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로 이 경우 사주가 분식결산 필요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어 회계처리에 있어 편법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KT는 다른 기업과 달리 주식이 분산돼 따로 사주가 없으며 다수의 주주들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특정한 개인을 위해 분식결산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클린회계를 지향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바로 회사의 리스크를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다수의 주주들에게 이익을 주는 길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KT는 지난 2002년 완전민영화 이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감사위원회의 실질적 권한을 강화하는 등 기업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 같은 노력으로 KT는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와 신용평가기관인 S&P 등으로부터 기업지배구조에 있어 아시아 최고사례로 뽑히고 기업투명성 1위로 선정되는 등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습니다.



▲지배구조개선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였을텐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됐는지요?


우선 이사회의 감시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했습니다.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해 경영감시 역할을 강화하고 사외이사들에게 사장의 상임이사 추천 및 해임건의 동의권 등 특별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여기에 사외이사로 감사위원회(3인)를 구성해 경영활동에 대한 객관적인 견제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이와 함께 KT는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체제 확립과 주주권 보호를 위해 사장의 주주총회 선임 및 사장추천위원회 제도를 유지하고 주식소각제와 집중투표제 등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KT는 미국증시 상장법인으로 올해부터 시행되는 미국의 회계 개혁법 '사베인 옥슬리 법안(Sarbanes Oxley Act)' 적용을 받게 됐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오셨는지?


국내 회계 관련 법령에서 요구하는 것은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생각하지 그것을 회계 기준의 목표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기업의 내부 통제 기능도 국내 회계 기준에서 요구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한층 더 깊이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베인 옥슬리 법안'은 엔론과 월드컴 등 회계부정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강력한 회계 개혁법으로 법제정 취지는 효과적인 내부통제를 수행할 수 있는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KT는 지난 2003년 5월경 1차적으로 회계부문에 대한 내부통제절차를 진단해 평가한 바 있는데 이는 회계부문에 국한된 것이기는 했지만 국내 기업 최초로 '사베인 옥슬리 법안'에 대응했습니다.


이후에도 지난해 4월부터는 내부통제시스템 강화를 위해 수익, 회계·비용, 구매·물류 등의 분야에 대해 내부 진단은 물론 개선 과제를 도출했습니다.


올해에도 이 같은 과정에서 제기된 내부통제 취약점을 개선해 보완하고 내부통제 평가와 인증체계 구축을 조기에 완료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올해 말까지 내부통제 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해 보다 효과적으로 내부통제시스템 작동 여부를 감시할 계획입니다.



▲KT는 각종 회계개혁법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내부통제기능을 강화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추가적인 인력 투입 등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업무 효율성 제고와 배치되는 것은 아닌지요?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적절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관련 프로세스를 정립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조직과 인력 보강에 있어 시간적·금전적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력이 대폭으로 줄어 업무효율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이 같이 상충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IT 기반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KT는 최근에 '개인형 법인카드'와 '법인카드 무전표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개인형 법인카드'와 '법인카드 무전표 시스템'은 어떻게 운용되고 있습니까?


KT는 이미 지난 2003년 10월에 도입한 통합ERP 시스템을 통해 모든 회계처리의 자동화를 이뤘으며 모든 거래에 대한 추적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공용으로 사용하는 법인카드 관리 프로세스는 발의자의 압력오류나 월말 업무집중, 지출전표·증빙의 건별 송부 등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등 시스템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이에 따라 법인카드 사용이나 경비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비용인식의 적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인형 법인카드'와 '법인카드 무전표 시스템'을 작년말 도입해 올해부터 직접 시행에 나서고 있습니다.


'개인형 법인카드'의 경우 임직원에게 지급되는 법인카드에 종전과 달리 개인의 이름을 기입해 사용내역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사업자등록번호'를 동시에 부착해 법인비용 처리에 편리함을 기했습니다.


'법인카드 무전표 시스템'은 카드사용 거래내역을 다음날 이메일을 통해 발송해 지출결의 시간을 종전 평균 13일에서 1-2일로 단축하고, 카드사로부터 매입내역을 기반으로 자동적으로 결의서를 작성토록 해 입력에 대한 오류를 줄였습니다.


또 지출전표와 증빙자료의 전자보관으로 우편과 인적 송부로 인한 비용은 물론 보관비용도 큰 폭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경비집행에 대해 DB를 구축함으로써 다양한 통계분석이 가능해 경비집행의 내부통제 강화는 물론 불필요한 경비 지출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에 KT는 올 상반기 중 전체 지출업무에 대해 무전표 시스템을 확대 시행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지출증빙에 대한 전자적인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이 커지고 편법 처리가 어려워져 기업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KT의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인 '통합ERP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요?


KT의 ERP시스템은 3단계로 발전해왔습니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 도입되기 이전의 재무회계시스템(MIDAS)은 재무, 예산, 계약, 물자관리 등 단위업무별로 업무처리를 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총 350여개 단위기관에서 1800여명의 회계인력이 투입됐으며 월 결산주기가 30일에 이르는 등 재무정보의 신속성과 정확성이 미흡했습니다.


이에 KT는 지난 2001년 7월 재무ERP시스템을 도입해 회계업무 투입인력을 전국 150개 기관 1050명으로 줄이고 월 결산주기도 15일로 단축했습니다.


그러나 회계의 주요 부문인 물류나 공사관리 업무의 경우 별도의 시스템에서 처리되고 순수 재무 분야에만 ERP시스템이 도입됐기 때문에 시스템이 불안정하게 작동했으나 이후 2003년 10월 이 부분까지 통합하는 ERP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통합ERP 운영과 동시에 전국에 '회계·물류·자산관리SSC(Shared Service Center)'를 설립했습니다.


이 서비스 센터에는 총 600여명의 인력이 투입돼 과거 각 단위기관에 분산됐던 관련 업무를 집중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서비스의 전문화는 물론 규모의 경제 및 표준화 관리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회계SSC(Shared Service Center)'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회계 관련 직원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은 별도로 운용하고 있으신지?


'회계SSC(Shared Service Center)'의 경우 중국에서 그 내용을 발표도 하고 했는데 외부에서 관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회계SSC'는 KT가 가지고 있는 장점인 IT기반을 통해 전국적으로 분포된 300여개 지점을 10개 권역별로 묶어서 회계 관련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도입한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각 지점에 별도로 회계 인력이 있어 중앙 통제가 어려웠으나 이것이 10개 센터로 통합되면서 조직관리나 비용, 인력적인 측면에서 내부통제가 용이해져 효율성이 크게 제고됐습니다.


특히 회사에서는 이들 회계 전문 인력에 대학 교육 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가지고 운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직원들이 회계관리 1·2급 실무교육을 삼일회계법인에서 받고 있으며 재경관리사 자?Я塚?대부분 보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회계사나 국세청 등 전문인력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한편 내부 직원들이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드는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또 회계와 세무 실무자·전문가 과정을 만들어 회사 연수원에서 주기적으로 교육하고 있으며 회계 결산시에는 국세청이나 재경부, 회계법인 등에 있는 외부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회계 전문 인력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중장기적으로 IT기반을 활용해 회계센터마저 없애고 중앙에서 모든 지점을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클린회계'를 달성하는데 장애가 되는 외적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예를 들어 50만원 이상 접대할 경우 상대방을 밝혀야 하는 이른바 '접대실명제'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접대를 하다보면 골프 같은 경우 최소한 100만원 이상 지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접대를 아예 하지 말자는 문화가 되면 몰라도 이런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예를 들자면 공정거래 부분에서 PCS 단말기 보조금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실제 시장에서 보조금을 주지 않고 영업을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보조금을 지급해서 영업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우회적인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처럼 세무나 공정거래 부분에서 보면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현실과 맞지 않아 불가피하게 편법을 양산할 수 있는 규제가 보이는데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송기유 KT 상무는>


-1960년생으로 마산고·부산대 경제학과·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1990년 한국전기통신공사(現 KT) 입사


-KT 재무관리실 원가관리팀장을 거쳐 현재 재무관리실 재무기획팀장(상무)으로 재직


조세일보 / 최석환 기자 neokism@jose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