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성공에 이은 두번의 실패는 참담했다.


남은 것은 여름철 용광로 같던 주방에서 비오듯 땀 흘리던 기억과 생계를 옥죄는 대출금뿐.난생 처음 내 점포에서 번 돈으로 남편 빚을 갚고 아이들에게 책을 듬뿍 안겼을 때 느꼈던 짜릿한 행복감을 더는 맛볼 수 없을까.


그래도 건진 건 있다.


준비한 만큼 돌아오는 게 장사라는 사실이다.


네번째 도전한 중고 명품 의류가게는 반드시 성공해 보일 작정이다.


맨 처음 창업은 1999년 10월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 부근 '부산복국'에서 시작됐다.


1989년 9급 공무원인 남편과 결혼,박봉으로 힘들었던 나는 결혼 10년만에 처음으로 음식점을 열었다.


시부모님이 평소 알고 지내던 12평짜리 복국집 할머니가 지병으로 가게를 더 할 수 없게 되자 점포임대기간이 1년3개월 정도 남은 상태에서 가게를 운영해 보라고 권유해 왔다.


당시 나는 장사가 처음이었지만 뭔가 하고 싶은 의욕이 넘쳤고 창업 조건이 좋아 선뜻 응했다.


점포주인은 보증금 없이 월세 20만원을 요구했다.


가게를 조금 손보고 주방 집기를 갖추는데 5백만원 정도 들었다.


"잘하면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서둘러 가게 문을 열었다.


하지만 막상 복 요리를 직접 하려니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했다.


요리부터 고객응대 요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했다.


첩첩산중이었다.


개점후 많이 오던 손님들은 3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차츰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맛에 문제가 있는게 틀림없었다.


나는 시원한 국물 맛을 내기 위해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 수십차례 실험과 실패를 반복했다.


그러기를 4개월여.천연재료만으로 그윽한 맛을 낼 수 있는 복국요리 개발에 성공했다.


새로 맛을 낸 복국 덕분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출은 꾸준히 상승했다.


창업 6개월이 지나자 월 매출이 1천2백만원을 오르내렸다.


그러나 행복은 잠시였다.


어느새 점포 임대기간이 끝났고 가게주인이 새 건물을 올린다며 가게를 비우라고 했다.


부산복국을 폐업하고 나니 아쉬움이 너무 컸다.


"이제 해볼만한 데…"라는 안타까움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요리에 자신감을 얻은 나는 일단 조리사 자격증을 따기로 결심했다.


부산여성회관에서 운영하는 한식조리사 과정을 3개월에 마치고 6개월만에 꿈에 그리던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내친 김에 복요리사 자격증 시험에도 도전했다. 그러나 연속 네번 고배를 마셨고 이 과정에서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두번째 식당을 열게 됐다.


2002년 1월 부산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거리인 경남 양산시 물금읍 범어리에 50평짜리 해운대복국을 연 것이다.


입지가 좋지 않아 권리금은 8백만원에 불과했다.


임차보증금 2천5백만원(월세 50만원)에 가게 수리비 등을 포함해 약 4천만원이 소요됐다.


개업을 준비할 즈음 드디어 복요리사 자격증 시험에 붙었다.


이로 인해 나는 의욕이 넘쳐 식당을 열기만 하면 고객들이 우르르 몰려들 것같은 꿈에 들떴다.


남편도 모든 일을 도와주겠다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초기에는 그런대로 재미가 쏠쏠했다.


복요리는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었기에 주방은 내가 도맡았다.


주인이 주방에만 매달리다보니 고객 서비스가 항상 문제였다.


종업원 2명은 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못했다.


창업초기 6개월 정도는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뜨거운 복요리는 환영받지 못했다.


여름 더위와 무거운 뚝배기 그릇이 힘겹다면서 종업원 1명이 그만두자 우려했던 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끔 단체손님이 오는 날이면 가게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서비스도 엉망이었다.


그러다보니 2∼3명 단위의 단골고객은 유지됐으나 단체손님이 뚝 떨어졌다.


혼자 힘으로 이를 해결하기가 막막했다.


도와준다던 남편은 부산으로 출퇴근 길이 멀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남편에 대한 실망감은 내 몸안의 에너지를 더욱 마르게 했다.


2003년 3월15일 미련을 남긴채 해운대복국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세번째로 해본 사업은 분식점과 커피점을 뒤섞은 퓨전 가게였다.


가게입지는 부산시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앞으로 괜찮았다.


매장규모는 8평.시동생이 하던 가게를 나에게 맡겼다.


나는 커피점을 우동집으로 바꿔 운영하자고 주장했으나 가족들이 반대,어정쩡한 상태로 출발했다.


바깥 간판은 커피점이지만 매장에선 커피와 주스,우동 등을 파는 '우스꽝스러운 가게'에 손님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실패는 예고돼 있었던 셈이다.


정리=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