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또다시 급등(채권값은 급락)하자 채권시장이 패닉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매수세 실종으로 채권형 상품의 수익률이 급속히 악화되자 환매가 일시에 몰리는 '펀드 런'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채권형펀드에 가입한 고객은 1월 28일 현재 0.55% 손해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3개월 수익률도 0.21%로 가까스로 원금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금리 상승이 더 이어질 경우 3개월 수익률마저 마이너스로 반전될 것이다.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이 연초 이후 4.88%,3개월간은 14.57%의 수익을 거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 들어 채권형펀드에서 2조1천억원 정도가 빠져나간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한 증권사 브로커는 "채권 금리가 급등했지만 1월 초부터 중순까지 쏟아졌던 손절매 물량은 다소 줄어든 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채권 매수세가 여전히 미미해 약간의 매물만으로도 금리가 치솟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채권금리가 더 오를 경우 본격적인 환매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금리가 단기간 급등해 기관이 채권매수에 본격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실제 31일 장 막판 금리가 0.07∼0.08%포인트 정도 상승폭을 줄인 것도 기관이 채권 매수에 나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항진 동원투신운용 채권투자전략팀장은 "채권금리를 결정짓는 수급,통화정책(콜금리 조정),펀더멘털(경기) 중 수급과 통화정책은 금리의 급등 요인이지만,펀더멘털은 아직 확인된 게 없다"며 "지금의 패닉 상황이 진정되면 3년물 금리는 콜금리에 약 0.5%포인트 더한 연 3.75% 내외로 낮아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채권금리가 당분간 상승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병렬 대한투신운용 채권운용팀장은 "91일짜리인 5조원 규모의 재정증권이 발행된다는 것은 3년 이상의 중·장기 국고채 발행이 감소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지금 채권시장에서는 부정적 측면만 확대 반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원석 한국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채권금리가 단기간에 급등하며 투자심리가 붕괴되다보니 기술적 분석상의 금리 저항선과 지지선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며 "1월 경제지표가 발표되는 2월 말까지 채권시장의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