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용근 글로벌리서치 대표 ykji@globalri.co.kr > 최근 연예인 X파일 문제로 조사업계가 어수선하다. 조사방법에는 크게 설문조사방식(정량조사)과 몇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심층토의방식(정성조사)이 있다. 이 중 심층토의 방식은 제품의 문제점을 진단하거나 소비자의 심리를 심층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을 때나 의뢰자가 시장을 잘 모를 경우 그 시장의 전문가들 의견을 듣고자 할 때,또는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조사결과를 얻어야 할 때 행해지는 것으로 크게 집단토의방식과 개별심층인터뷰로 나뉘어진다. 집단토의방식은 7∼8명의 소비자들을 회의실에 모아 놓고 전문 진행자가 진행하게 되며,개별심층인터뷰는 한 장소에 모으기 어려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1대1로 행해진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연예인 X파일 조사는 연예인을 잘 아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해야 했기에 개별심층인터뷰를 한 것 같다. 몇 년 전 일이다. 어느 대기업에서 한 조사회사에 프로젝트 용역을 맡긴 적이 있었다. 조사회사에서 보고서를 제출한 지 얼마되지 않아 일이 터졌다. 보고서가 의뢰자의 경쟁사로 유출된 것이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의뢰자가 그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조사결과 보고서라는 게 기업이나 제품의 문제점 진단,전략수립을 위한 핵심자료이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은 컸다. 당연히 유출경위를 추적,확인한 결과 조사회사의 직원이 의뢰자의 경쟁사에 다니는 남자친구에게 그 보고서를 문제의식 없이 넘겨준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조사회사는 큰 규모의 손해배상을 물어주어야 했고,그 여직원은 파면됐다. 경중의 문제지만 이런 자료 유출 사례는 아마도 조사업계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빈번하게 발생되는 일일 것이다. 올림픽 선수 중 규정을 어기고 금지약물 복용으로 메달을 빼앗기는 경우를 종종 본다. '경기하는 자가 법대로 경기하지 않으면 면류관을 얻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사업계에서 새롭게 윤리경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게 나오고 있다. 아마도 각 회사마다 조사 영역에 대해 새롭게 규정해야 할 것이며, 한편으로 자료의 보안문제도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제 조사회사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이 정정당당하게 법대로 경기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