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 와일 씨티그룹 회장이 키워왔던 금융 슈퍼마켓의 꿈은 꽃을 피우지 못하게 됐다. 씨티는 지난 31일 생명보험 및 연금회사인 트레블러스 라이프 앤드 어뉴이티를 메트라이프에 1백15억달러에 팔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메트라이프는 미국에서 독보적인 생보사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했지만 씨티는 원스톱 금융백화점의 꿈을 접게 됐다. 씨티그룹은 크게 보면 투자은행인 스미스 바니,상업은행과 크레디트 카드에 주력하는 씨티코프,보험사인 트레블러스 라이프 앤드 어뉴이티 등 3개의 기둥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98년 합병으로 이 같은 종합 금융백화점이 탄생하자 다른 보험사들은 은행과 합병하는 것이 살길이 아닌가 하는 압박을 받게 됐다. 그러나 씨티가 보험사라는 한 기둥을 처분하게 되자 은행과 보험사가 한우산 아래 동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확인시켰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배리 와이스먼이라는 변호사는 "은행은 위험을 회피하지만 보험은 위험을 선택하기 때문에 서로 너무 다르다"고 융합 실패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는 "씨티가 은행과 보험사의 결혼으로 90년대 말 합병 바람을 일으켰지만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지 못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씨티는 이미 지난해부터 보험사와 작별을 시작했다. 씨티는 작년 손해보험회사 트레블러스 프로퍼티 캐쥬얼티를 1백60억달러에 처분했다. 와일로부터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겨받은 찰스 프린스의 주력 업종에 대한 역량 강화 철학도 보험사 처분에 결정적 요인이었다. 프린스 CEO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비주력 업종을 처분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