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은 시대에 따라 '죽음을 부르는 죄''생명을 잉태하는 적극적인 힘' 등 극과 극을 오가는 개념으로 다양하게 표현돼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은 금기의 굴레에서 벗어나 좀더 공개적인 개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인터넷의 등장은 이러한 경향에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진중권씨가 그의 아내 미와 교코씨와 함께 펴낸 '성의 미학'(세종서적)은 욕망과 금기의 애매한 경계를 넘나들면서 '천의 얼굴'로 변신을 거듭해 온 성관념을 서양 미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미학적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성관념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이것이 또 예술작품 속에서 어떻게 표출됐는지를 다양한 그림과 함께 보여준다. 남성이 기득권을 쥔 사회에서 그들에게 성적 희열을 주는 여성의 신체를 그린 그림들,그 이면에 감춰진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공포심,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성서나 고전의 응용회화라는 가면을 씌워 표현해야 했던 에로티시즘,훔쳐보기의 본능,기존 사회의 가치관으로는 용납할 수 없었던 근친상간과 동성애 양성구유 등 다양한 행태의 '성'을 가감없이 다뤘다. 그림을 읽어내는 데 필수적인 도상학 개념들을 제시하면서 한 장의 그림을 놓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문장으로 써 내려가 독자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