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한나라당에서 '반성'이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비주류 뿐만 아니라 고위 당직자들까지 앞다퉈 '자아비판'에 나서며 체질을 바꾸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의 당 운영방식과 사고로는 차기 집권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확산된데 따른 움직임이다. 또 좀처럼 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김무성 신임 사무총장이 '총대'를 멘 양상이다. 그는 최근 잇달아 '반성문'을 내놓으며 열린우리당을 '벤치마킹'까지 해서라도 당을 변화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병석 의원은 1일 원내선임부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한나라당은 '정권 창출'에 최선을 다하고 있나"라고 반문한 뒤 "여전히 과거로 눈을 돌려 '비판,견제세력'을 야당의 역할 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자탄했다. 지난달 당직개편에서 대변인직을 그만둔 임태희 의원도 지난 연말 국가보안법 등 4대 법안 싸움에 대한 맹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은 이제 고정 지지층한테서 욕을 먹더라도 (전체 유권자의)40%에 이르는 중도층에 과감히 다가갈 것인지,아니면 노무현 정권의 실정에 기댄채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감나무 정당'으로 남을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한 바 있다. 이재오 의원은 "한나라당은 과거사에 대해 진정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처럼 반성엔 한 목소리지만 '탈출구'에 대해선 각양각색이다. 박세일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이 나아갈 이념과 노선으로 '혁신적 중도보수' '공동체 자유주의'를 제시했다. 박 의장은 혁신적 중도보수를 규정짓는 가치로 다원주의,탈규제주의,개인존중,열린민족주의 등을 꼽았다. 이병석 의원은 국민 대다수의 이념과 지향을 대변하는 '기하학적 중도'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 당 지지기반을 충청 호남 강원지역과 젊은층으로 확장하는 '지역연합,계층연합론'을 내세웠다. 이방호 의원은 "영·호남과 충청을 아우르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 내년 지방선거를 마치고 나면 한나라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 의원은 "진보적 아젠다를 선점하자"고 제안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