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기아차 노사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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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스포티지 생산라인.채용비리 사건 이후 처음 공개된 광주공장 라인은 전국을 뒤흔든 사건의 진원지라고 믿기에는 너무도 평온했다.
6개 조립라인은 작업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질서정연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근로자들은 가끔씩 낯선 이방인을 향해 무심한 눈길을 던질 뿐 곧바로 작업에 몰두했다.
이렇게 컨베이어에 올려진 차체는 '금일 생산목표 112대,공정률 97.8%'라고 적힌 팻말 아래 1.7분만에 완성차로 변신하고 있었다.
1천여명의 인원이 주야 2교대로 정상 조업을 유지하며 시간당 35대를 생산하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공장 한켠에는 '신뢰·현장·투명경영'이라는 슬로건이 보였다.
'글로벌 톱5'를 꿈꾸는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의 중추 공장으로서 마땅히 달성해야 할 경영비전일 것이다.
하지만 채용비리 사건 이후 이 슬로건도 빛을 바랜 느낌이다.
같은 시간,기아차 김익환 사장과 박홍귀 노조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었다.
가슴에 '단결투쟁'이라는 로고가 선명히 찍힌 검은색 조끼를 입은 박 위원장은 "죄는 씻을 수 없고 엄하게 처벌받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김 사장도 "광주공장을 다시 희망의 공장으로 만들겠습니다"라며 굳은 표정이었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지역 제조업 매출의 17%와 고용인원의 30%,제조업 매출의 30%를 책임지고 있는 사업장이다.
지역 사회에 중요한 사업장을 지키기 위해 기아차 노사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지역인사가 참여하는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잘못된 노사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수습책을 내놓았다.
대립적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노사간 상생협력 관계 구축이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날 내놓은 노사 협력 방안이 취업장사에 따른 비난 여론 회피용이 아니라 발전적인 노사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으로 비쳐지기 위해선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광주=이심기 산업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