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집단소송 대책 부심] "정부, 회계감리서 손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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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관련 집단소송법에서 과거 분식을 처리하는 방식을 놓고 정치권과 재계에 연일 뜨거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분식에 대한 법적책임을 완전 면책해야 한다는 의견에서부터 집단소송법 법 적용을 일정기간 유예하자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세부적인 처리논의가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과거 분식이 원천적으로 면책되든,아니면 일정기간 법적용이 유예되든 기업들이 증권 집단소송법에 대응할 수 있는 내부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기업 대응 서둘러야
1일 오후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서울 여의도 대한투자신탁증권에서 개최한 '증권 집단소송 시행과 대응전략 세미나(사진)'에선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서맥법률사무소의 서석호 변호사는 "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분식회계나 오류가 발생하기 쉬운 중요 회계지표를 선정해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며 "적절한 내부 통제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충분한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 적법한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심사실 최규윤 실장은 "공시분야의 위험을 총괄하는 기업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한 직보체계를 확립하는 등 공시관련 업무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며 "공시 서류는 변호사 회계사 등의 전문가를 통해 사전검토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전문인력 양성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제도 개선부터 선행돼야
기업 분식회계에 대한 시장의 감시와 법원의 역할이 강화되는 만큼 그동안 정부와 감독당국이 수행해온 행정적·법적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확산되고 있다.
회계업계는 우선 일반감리를 없애고 특별감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감리란 금융감독원이 1천5백여개 상장·등록기업 가운데 매년 5%가량을 무작위 표본 추출,회계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조사하는 것.여기서 적발된 분식회계는 증권선물위원회 결정을 거쳐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알려지기 때문에 집단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이 분식회계가 있다고 공식 인정한 만큼 투자자 입장에선 별도의 입증 부담없이 곧바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서다.
서태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일반감리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있는 제도"라며 "분식혐의가 있는 기업에 한해 조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증 책임이 피고인 기업과 회계법인에 돌아간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 대형회계법인 관계자는 "외국에선 원고가 기업의 잘못을 입증해야 하지만 국내에선 기업과 회계법인이 스스로 잘못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나친 회계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도 개선돼야 할 사안이다.
현행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은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자산 70억원 이상인 모든 기업(1만4천여개)에 대해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를 무조건 공시토록 규정하고 있다.
류재규 금감원 회계제도실장은 "이같은 과잉 공시로 국내 기업 정보가 외국 경쟁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일훈·주용석·이상열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