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과거 분식회계를 증권 집단소송 대상에서 한시적으로 제외하는 내용의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안을 놓고 재계와 시민단체가 2일 국회를 무대로 격렬한 공방전을 펼쳤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후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측과 재계를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제1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간담회 형태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한번 더 달라"고 유예를 요청하는 전경련측과 "과거 분식회계를 집단소송에서 제외하는 것은 법 체계에 어긋난다"고 반대하는 참여연대의 입장이 초반부터 대립하면서 팽팽한 논쟁을 이어갔다. 재경부 등 정부측은 과거 분식회계를 2년간 집단소송 대상에서 유예하는 안을제시하면서 재계의 입장을 적극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신.구 분식회계 분리 여부를 놓고 양측은 각기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며 한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을 주고 받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매출전표나 장부 등을 통해 개별 분식행위가 언제 발생한 것인지를 추적하면 발생시점에 따라 과거 분식과 현재 분식을 구분할 수 있다"며 "과거분식를 해소할 수 있도록 일정한 시간적 여유를 줘야한다"고 밝혔다. 김석동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쉽게 말해 숙제를 못해온 학생에게 시간을 좀더 줄 것인지, 아니면 당장 체벌을 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과거 분식과 현재 분식의 구분이 모호하다고 하지만 어느 회사나 `치부책'(회계장부)을 갖고 있는 만큼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金相祚) 소장은 "하나의 재무제표에서과거의 분식과 새로운 분식을 구분해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회계연도별로 분식행위를 규율해온 기존 법체계와도 충돌한다"고 반박했다. 김 소장은 이어 "과거 분식과 새로운 분식이 혼재된 상황에서 주가가 하락한 경우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해가 어느 분식으로부터 연유한 것인지를 구분한다는 것은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남소(소송남발) 가능성을 놓고도 "증권 집단소송제도가 시행되면 분식회계를 한모든 기업이 소송에 휘말릴 것"이라고 우려하는 전경련측과 "분식회계가 반드시 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남발 우려가 없다"고 주장하는 참여연대의 입장이 줄곧 평행선을 이어갔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나뉘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당 의원들은 개인 소신에 따라 입장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회의에 앞서 한나라당 장윤석(張倫碩) 의원은 오전 브리핑을 갖고 "정부와 우리당이 개정안을 놓고 내부적으로 의견합치를 보지 못해 정책혼선이 잇는 것 같다"고지적하고 "여당은 확고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魯會燦) 의원도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유예기간을 또 한차례 주자는 것은 사실상 법안의 근본취지를 훼손해 재벌 개혁정책을 사문화하는 것"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우리당은 특수이익집단의 로비로 개혁입법을 좌초시켰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