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8:38
수정2006.04.02 18:42
박명희 < 동국대 가정교육학과 교수 >
소비자정책은 국민생활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생산경제의 그늘에 가려 마치 생산활동을 저해하는 정책인 것처럼 치부돼 언제나 홀대받아왔다.
이제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정책에 대한 소관을 놓고 서로 업무를 가져가겠다고 열띤 공방을 벌이는 시점에서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나 먹자니 싫고 남 주자니 아까운 식의 부처 껴안기나,어찌됐든 가져가고보자 식의 경쟁은 알맹이 없는 개혁이 되지나 않을가 심히 우려된다.
소비자주권시대의 소비자정책을 누가 더 잘 추진할 것인지에 중점을 두는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주권이란 소비자가 시장에서 화폐투표로서 가격기제를 통해 생산자 측에 소비자의 선호를 표현함으로써 소비자가 생산의 내용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비자주권은 경쟁질서의 확보라는 객관적 조건과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라는 주체적 조건이 충족될 때 실현 가능한 것이다.
소비자주권의 실현을 위해 이미 많은 선진국들이 대통령이나 총리가 주관하는 소비자상설위원회나 소비자청을 설치해 소비자정책을 심도있게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소관 부처의 이전만을 가지고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소비자주권을 실현시키기 위해 필요한 객관적 조건 확립은 공정위가 더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깐깐하고 성숙된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소비자의 책임과 의무를 할 수 있게 하는 일,합리적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일까지 잘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이제까지 소비자정책의 주무 부서인 재경부의 소비자정책과가 20여년간 소비자정책 업무를 능동적으로 해왔다고는 볼 수 없다.
소비자정책과는 재경부 내에서 언제나 가장 인기 없는 부서였고 담당 과장들에게는 관심 없는 영역이었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경쟁질서 확립 과정에서 시장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비자정책을 함께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했겠지만 공정위가 추구하는 소비자정책은 실제 소비자정책의 일부일 뿐이다.
즉 시장의 객관적 조건 충족 측면만을 고려한다면 소비자정책의 한계가 있을 것이다.
공정위가 소비자정책의 소관을 맡게 된다면 공정위가 아닌 소비자·경쟁위가 돼야 함을 지적하고 싶다.
소비자·경쟁위는 단지 이름만의 통합이 아닌 소비자정책과 경쟁정책이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계될 수 있는 위원회가 되는 것이 경제살리기와 소비자주권을 함께 아우를 수 있을 것이다.
20년간 소비자보호원에만 맡겨두고 형식적 위원회를 통해 부수적 정책에만 관여해왔던 재경부가 이제는 소비자정책에 관심을 가지겠다고 한다면 소비자보호원이 진정으로 소비자 업무를 실효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며,민간 소비자 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소비자정책의 소관을 서로 맡겠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가? 혹 부처의 세 불리기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닐지?
서로 절대로 놓지 못하겠다는 의지로 인해 소비자정책이 반 동강이가 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소관이 결정되기도 전에 소비자 기본법을 상정하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솔로몬의 판결처럼 소비자정책이라는 아이를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우기는 이들에게 누가 더 아이에 대해 진정한 애정을 가진 자인지 명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前소비자학회장,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