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집권 2기 첫해 국정 연설에서 밝힌 국내 정책의 핵심은 정부가 주도해온 노후 보장을 국민이 부분적으로나마 스스로 관리하라는 요구였다. 대외 정책으론 취임사에서 밝힌 자유의 확산을 거듭 강조했다. ◆국내 정책=집권 2기에 추진할 사회보장제도 개혁 방향을 어느 정도 구체화했다. 백악관 관계자가 보완 설명해준 기본 방향은 55세 이하의 경우 급여의 4%까지는 2009년부터 개인 투자 계좌에 넣어 직접 운영하라는 것이다. 첫해 자율운영 금액은 연 최고 1천달러며,해마다 1백달러씩 한도를 늘려 준다는 구상이다. 지금은 급여의 6.2%(고용주가 같은 금액 납입)를 사회보장세로 내면 신탁계좌로 들어가 원리금이 보장되는 국채에 투자된다. 백악관이 밝힌 대로 부분 민영화가 이뤄지면 개인이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주식과 채권에 섞어 투자할 경우 지금보다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노후 보장을 정부 손에서 제한적이나마 개인 손으로 넘기는 대전환을 시도하겠다는 뜻이다. 부시 대통령이 대공황 때인 1935년에 도입한 사회보장제도를 70년 만에 획기적으로 바꾸려는 것은 지금대로 두면 2018년부터는 내는 세금보다 받는 연금이 많아지고 2042년엔 파산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분 민영화 외에 줄어드는 재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아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부분 민영화 방침에 대해 "위험한 도박"이라며 "절대로 뜻대로 안 될 것"이라고 벼르고 있어 거센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과제 중 또하나 주목되는 대목은 강하고 경쟁력 있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혁신적인 기업가들의 꿈과 노력은 반드시 보상해 줘야 한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를 위해 쓰레기 같은 소송이나 쓸데없는 규제로부터 중소기업들을 보호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책임한 집단소송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의회에 하루빨리 소송제도를 개혁해 달라고 촉구했다. ◆대외 정책=9·11 테러 후인 2002년 국정연설에서 전 세계를 긴장시켰던 '악의 축' 같은 극단적 발언은 없었다. 북한을 직접 지목한 대목도 한 문장 밖에 안 된다. 그것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그동안 중국 일본 등과 함께 추진해온 '6자 회담'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시사하는 데 그쳤다. 폭정 종식을 강조하면서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을 포함시켜 불렀던 폭정의 전초기지 같은 자극적 발언은 삼갔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를 후원하거나 보호하는 국가들에 대한 경고는 준엄했다. 이란에 집중 포화를 쏟아 부었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어떤 플루토늄 재처리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란 국민들에게 "자유를 위해 일어선다면 미국은 여러분 곁에 서겠다"며 체제 저항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