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3일 호주제를 규정한 민법 핵심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호주제를 둘러싸고 장기간 제기됐던 숱한사회적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헌재의 이날 결정은 호주제를 전제하지 않은 새로운 호적법 개정시까지 호주제관련 민법 조항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인정한 만큼 국회에 계류중인 호주제 폐지법안의 조속한 처리 및 관련입법 보완을 촉구하는 기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정배경= 헌재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부분은 민법 788조, 781조1항 일부분, 826조 3항 일부분 등 3개 조문이다. 788조는 `일가의 계통을 계승한 자, 분가한 자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해 일가를창립하거나 부흥한 자는 호주가 된다'면서 호주를 정의한 부분으로 호주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핵심조항이다. 781조 1항은 `자(子)는 부가(父家)에 입적한다'며 자의 입적, 826조 3항은 `처는 부의 가에 입적한다'며 부부간의 임무를 규정한 부분으로 이들 조항 역시 호주제유지를 위한 골격에 해당된다. 당초 법원의 위헌제청 대상은 788조와 781조 1항 일부분 2개였으나 헌재는 826조 3항 일부분도 호주제의 핵심조항 중 하나라고 판단, 직권으로 위헌심판 대상에포함시켰다. 헌재가 이들 조항을 재판관 9명의 6대 3 의견으로 위헌이라고 본 것은 호주제가헌법 36조1항의 양성평등의 원칙 및 인간존엄에 위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호주제는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 정당한 이유없이남녀를 차별함으로써 많은 가족들의 불편과 고통을 불러오고 있다"며 "개인을 가족내의 존엄한 인격체가 아니라 가(家)의 유지와 계승을 위한 도구적 존재로 취급하고있다"고 판시했다.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머니와 누나를 제치고 아들이, 또한 할머니와 어머니를제치고 유아인 손자가 호주의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남성우월주의를 반영한 대표적인 남녀차별 사례라는 것이다. 또한 남자가 혼인하면 자신의 가에 머물거나 새로운 가의 호주가 되는 반면 여자는 자신의 가를 떠나 남편이 속한 가나 남편이 호주로 된 가의 가족원이 될 뿐이어서 처의 수동적.종속적 관계를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자녀의 부가 입적 조항 역시 부계혈통 우위의 사고에 기초한 것으로서 이혼한모가 자녀의 친권을 가지더라도 부가에 소속돼 아버지가 자녀의 호주로 될 수 밖에없는 문제점을 초래한다는 게 헌재의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