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성남 판교신도시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지역 1순위 청약통장이 수천만원에 거래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판교.분당 일대 중개업소에 청약통장을 팔아달라는 주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3일 판교.분당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40세 이상.10년 이상 무주택자' 지역 1순위 청약통장이 최고 8천만원대에 거래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후 중개업소마다 청약통장 매도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 중개업소에는 최근 며칠간 하루 1백통 이상의 매도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으며 중개업소를 직접 찾아오는 매도 희망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청약통장 불법거래 단속 방침을 발표한 3일 오전에도 이 같은 풍경은 계속됐다.


이 때문에 일부 중개업소에는 '청약통장 상담사절'이라는 안내문을 내거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그러나 통장을 팔아달라는 사람들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판교 M공인 관계자는 "1순위 통장이 8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후 통장을 팔러나온 사람들이 몰려 일을 못할 지경"이라며 "팔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수천만원씩 주고 통장을 사겠다는 사람은 없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어이없어 했다.


이처럼 청약통장 웃돈거래설이 파다하게 퍼지며 한바탕 소동이 빚어지고 있는 데 대해 판교·분당 일대 중개업소들은 "소문이 실제보다 확대 와전된 것 같다"며 "일부 브로커들의 바람잡기식 부풀리기가 사실로 알려진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성남시에만 40세 이상·10년 이상 무주택자가 6만7천명에 달해 지역 1순위 경쟁률만도 1백90 대 1이 넘는 상황에서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통장을 산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판교 M공인 관계자는 "1천만원 이하면 그나마 상대적으로 높은 가능성을 보고 통장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당첨 확률이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누가 수천만원을 주고 통장을 매입하겠느냐"며 "언론이 지나치게 호가를 부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중개업소들은 불법거래에 따른 위험부담 때문에 통장거래를 기피하는 분위기다.


분당 W공인 관계자는 "통장을 거래한 후 당첨자가 명의변경을 해주지 않아 무려 2년여 동안 애를 먹었던 경험이 있어 아예 통장거래는 사절하고 있다"면서 "현재 통장을 팔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궁핍한 처지라 당첨된 이후에는 웃돈을 요구하거나 명의변경을 안해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인지 소문과 달리 청약통장 거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간혹 통장 매입을 문의하는 투자자도 3백만∼6백만원선에서 매입하기를 원해 아예 거래상담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