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동력 지역에서 찾는다] (3) 수도권-지방 '윈윈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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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색가전 옮겨운 광주 삼성로 만들어
지난해 10월30일 전남도청 앞에는 5천여명의 시민과 지역유지들이 몰려 잔치분위기가 연출됐다.
삼성전자가 수원공장의 세탁기와 에어컨 등 백색 가전라인을 광주로 이전한 것을 기념하는 '삼성의 날' 축제 행사가 열렸던 것.
광주는 삼성로를 만들어 공장이전에 보답했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삼성전자의 수원 백색가전이 마침내 광주로 옮겨왔다"며 "이로써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매출 3조원,일자리 4천5백개를 창출하는 광주의 핵심기업이 돼 삼성과 광주가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수원공장은 첨단연구개발(R&D)및 제조기지,광주는 냉장고와 에어컨 등 가전의 제조및 국내외 판매유통거점으로 역할 분담을 한다.
#2. 손잡은 서울.전라남도 도농연결 마케팅
서울시와 전라남도는 지난해 12월 광역지자체들로는 처음으로 경제.교육.행정 등에 걸쳐 포괄적인 교류협정을 맺었다.
협정내용중에서 돋보인 것은 "전남의 농산물산지와 서울 마켓(시장)의 만남"을 자치행정차원에서 주선하기로 한 것.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행정 네트워크을 통해 지역경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착안이다.
그 결실로 지난 2일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설맞이 전남 농수산물 직거래장터"가 열렸다.
전남은 서울시민들에게 안전하고 질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데 그치지않고 농촌 문화.관광여행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도농 복합 마케팅 네트워크"를 추진할 계획이다.
#3. 거제 대우조선-용인고등기술원 로봇 함께 만들자
거제도의 대우조선해양(주)과 경기도 용인의 고등기술연구원은 지난달 28일 경남 마산시가 추진하는 거점로봇센터 설립에 공동협력키로 했다.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별 산업클러스터 구축'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연구역량이 힘을 합친 상징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경상남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흩어져있는 연구개발인력과 노하우를 한 곳에 집결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수도권 인력들도 연구여건만 조성되면 얼마든지 지방에서 일할 태세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마산시는 1백55억원을 들여 로봇센터를 설립하고 경상남도는 7백57억원의 연구자금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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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건설을 계기로 폭발한 '수도권-비수도권 갈등'이 영-호남 지역감정보다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와 민간기업들이 '수도권-비수도권 윈-윈'모델을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
이명박 서울 시장은 "국경을 뛰어넘는 무한경쟁시대에 지역구분은 의미가 없어졌는데도 '수도권-비수도권'이라는 이분법적인 접근을 고집하는 것은 지방민심을 얻는데 효과가 있는 정치적인 발상"이라면서 "서울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경기도 지사도 "지난 수십년간 중앙정부는 지역균형발전 논리를 내세워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지역격차는 더욱 벌어져왔다"면서 "정부는 이제 중앙집권적 정책추진의 실패를 인정하고 자자체와 민간기업의 실리적 자발적 '상생' 협력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지자체'라는 중앙집권적 구도에서 벗어나 산업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행정(정부+지자체),민간기업,연구소(대학 등)'가 유기적으로 집결할 수 있는 행정시스템의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상훈 경기개발연구원 박사는 "정부는 그동안 '권역별'또는 '행정구역'단위에 얽매여 정책을 펼쳐왔다"며 "이제는 이같은 행정구역 중심의 정책에서 탈피해 투자와 개발계획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함께 고민하고 협의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기도 LG전선 군포공장의 전북이전도 마찬가지다.
우여곡절끝에 우선 공장만 옮겨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공장이 떠난 이후 부지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를 놓고 지자체와 해당기관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전부지를 아파트 등으로 개발할 수 있는 택지로의 용도변경을 주장하고 있으나 경기도는 개발용지로는 절대로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문미성 경기개발연구원 박사는 "양측간 협의를 통해 이전부지의 일부는 택지로 개발하고 나머지는 아파트형 공장 등 첨단공장을 유치하는 방안 등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우 국토연구원 박사는 "지역 간 협력은 쉽게 이뤄질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나서서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우선 서울시와 전남의 자매결연처럼 기업과 농촌,도시와 농촌간의 결연 등을 통해 주민들 간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별 클러스터 구축에도 다소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클러스터 구축은 시·도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산업의 파급효과는 시·도 경계를 넘어 인접지역까지 미치고 있다.
따라서 지역클러스터 구축에 관련기업이나 수도권의 연구원 등이 함께 참여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등의 협력을 맺는 것도 필요하다.
경남 마산의 로봇산업거점센터 육성에 대우조선해양과 경기도 용인의 고등기술연구원이 상호 협력키로 한 것은 좋은 사례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