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부터 실시된 유엔의 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과 관련,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해 온 베논 세반 사무국장이 직무와 관련한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폴 볼커 유엔 조사위원장이 3일 밝혔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출신인 볼커 위원장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이 `석유-식량 프로그램' 관리자와 감사요원, 지출 관리 요원들 모두가 업무의 공정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해 마련된 자체 규정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조사위 활동 내용을 잘 아는 한 관리는 이 보고서는 이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 600억달러에 이르는 이 사업이 전 부문에 걸쳐서 부정이 저질러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볼커 위원장은 조사위원회의 활동 의도는 유엔을 발전시키는 것이지 손상을 입히려는 것이 아니라며 유엔 자체 활동에 대한 독자적 조사위를 구성한 아난 사무총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1차 보고서에서는 이 프로그램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제기된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나 그의 아들인 고조 아난과 관련한 조사 결과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고조 아난이 특정 석유회사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조사위의 관리는 코피 아난 부자에 대한 조사도 상당히 진전돼 있으며 이번 보고서와 별도로 내달 이후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베논 세반 사무국장은 이같은 조사위의 조사 보고서와 관련, 결백을 주장했지만 볼커 위원장은 그가 이라크 석유 구매자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이해가 상충되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이 분명하며 이는 유엔 규정과 국제기구 공직자로서 의무 위반이라고 말했다. 세반 국장은 이라크로부터 석유를 시가보다 싼 값에 살 수 있는 구입권을 받아 처분해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유엔의 이라크 석유-식량계획은 걸프전 이후 경제제재조치가 내려졌던 이라크에 대해 식량, 의약품 등 인도적 물품 구입 재원 마련을 위해 제한적 석유 수출을 허용했던 프로그램으로 96년 시작돼 2003년까지 진행됐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되며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5월 독립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볼커 위원장은 3일 오후 그동안의 활동 결과를 담은 1차 보고서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유엔본부 AP=연합뉴스)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