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가래떡 등 설 음식을 장만하려는사람들로 방앗간이 붐비고 있지만 떡시루와 방앗간 기계의 위생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북 안동에 사는 주부 김모(58)씨는 최근 동네 방앗간에서 만들어 온 미수가루를 물에 타 마시던 중 입에 씹히는 것이 있어 살펴보니 쇳조각이었다. 미심쩍은 마음에 남은 가루를 모두 체로 쳐 살펴본 결과 자그마한 쇳조각 여러개가 발견됐다. 서울에 사는 아들 집에도 보낸 터라 부랴부랴 아들 집에 전화를 건 김씨는 역시나 쇳조각이 발견됐다는 며느리의 말에 아연실색했다. 가끔 들르는 동네 방앗간이라 야박하다 싶어 반품을 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영개운치 않다. 동네 곳곳에 자리잡은 크고 작은 떡방앗간에 가면 겉으로 보기에도 오래된 방아기계들이 돌아가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명절을 앞둔 때에는 거의 하루종일 쉴 새 없이 기계를 돌리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떡방앗간 기계의 경우 완제품에 대한 검사 절차는 물론, 내구 연한 등에관한 기본적인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인천의 한 기계 제조 업체 관계자는 "사후에 문제가 되면 모를까 사전 검사는 받지 않는다"면서 "미수가루나 고춧가루에서 쇳가루가 나왔다면 기계가 오래돼 주물로 만든 톱니 부분이 통째로 떨어져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방앗간 기계를 거쳐 나온 식품을 대상으로 자석을 이용해 쇳가루 등의 검출 여부를 검사할 수는 있겠지만 방앗간 분쇄 과정에서 단속을 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말해 현실적으로 신고가 접수되지 않는 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인정했다. 떡을 쪄 내는 떡시루 또한 문제 소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모서리 부분이 잘 갈라져 임시방편으로 납땜 해 사용하는 곳이 많아 사회 문제가 되자 대구시의 경우 지난해 2월 중순 시내 모든 방앗간에 공문을 보내 납땜 떡시루 사용을 금할 것을 당부했다. 현재 당국에서는 방앗간 업주들의 자발적인 협조로 납땜 떡시루가 사라졌을 것을 보고 있으나 수 백개에 이르는 시내 떡방앗간 모두를 단속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구 북구청 관계자는 "방앗간 점검을 가 보니 납땜 떡시루는 보이지 않았으나 스펀지나 실리콘 접착제 등으로 때워 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면서 "납땜이 아닌이들 대용품이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는 알 수 없고 검사 절차 또한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구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순수 실리콘의 경우 인체에 별다른 해가 안될 수 있지만 접착 성분이 가미됐다면 뜨거운 물체에 오래 접촉할 경우 인체에유해할 수도 있다"면서 "국민건강 보호 차원의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대부분의 떡방앗간이 영세함을 탈피하지 못해방앗간 기계나 떡시루를 새 것으로 쉽게 교체하지 못하는 어려운 사정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시내 한 떡방앗간 주인은 "기계는 물론이요 떡시루 또한 개당 6-8만원 정도하는데 한 두개만 바꿔서 될 일도 아닌 데다 명절 즈음을 제외하고는 장사가 안 돼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yong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