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냉동 수정란을 잃었을 경우 과실치사 혐의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이례적인 법원 판결이 나와 수정란을 통한 줄기세포 연구에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제프리 로런스 판사는 4일 "수정란은 모체의 자궁에 이식됐는냐의 여부와 상관없이 `인간'으로 봐야 한다"며 "냉동 수정란을 잃은 부부는 자식이 살해된 다른 부모들 처럼 보상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앨리슨 밀러-토드 패리시 부부는 지난 2000년 1월 9개의 수정란을 시카고에 있는 인간복제센터(CHR)에 냉동 보관시켰으나 6개월후 사고로 수정란이 폐기됐다는 말을 듣고 소송을 제기했었다. 로런스 판사의 이번 판결은 `인간으로 발전해가는 임신상태라고 해서 법적 행동을 제약받지 않는다'고 규정해 태아라도 사고 등으로 사망했을 경우 제소할 수 있다고 밝힌 일리노이주(州)의 `과실치사법'에 근거를 둔 것이다. 이에 앞서 다른 판사는 이들 부부의 과실치사죄 적용을 각하했지만 로런스 판사는 "그 판사가 각하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결정을 뒤집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는 생명체 복제 연구 활동을 제한할 것이라는 반론이 적지않다. 이번 결정이 결국 뒤집힐 것으로 전망하는 콜린 코넬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사무총장은 "이는 근거를 뒤흔드는 것으로 잘못된 결정"이라면서 "어떤 상급심에서도 수정란을 인간으로 취급해 과실치사죄를 선고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줄기세포는 인간의 어떤 조직형태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가운데 대다수 과학자들은 언젠가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생명윤리단체들은 수정란 파괴를 불러온다며 반발해왔다. 이 때문에 낙태반대론자들은 로런스 판사의 결정을 반기고 있다. 태아생존권행동연대의 조 쉬들러 사무총장은 "생명은 체내 이식과 함께가 아니라 수정하는 순간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시카고 AP=연합뉴스) is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