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전(大戰)'이 한 달째를 넘기면서 '가격 전쟁'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예금금리는 높이고 대출금리는 낮추는 여수신 확대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여기에 비이자수익을 확대하기 위한 펀드판매 경쟁도 불붙어 은행간 전쟁은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들은 보다 좋은 조건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금이탈 막아라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7일 각각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인상한다. 두 은행이 수신금리를 올린 것은 저금리로 인한 예금이탈을 더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권에서는 그동안 저금리로 인해 예금이 꾸준히 감소해왔고 특히 새해 들어서는 감소폭이 더욱 확대됐다. 지난 1월 말 현재 예금은행의 저축성예금 잔액이 4백57조3천82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무려 5조7천7백48억원이나 줄어든 것. 그중에도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예금은 각각 1조7천억여원과 6천억여원 줄어 다른 은행에 비해 예금이탈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이 연 4.0%의 고금리 정기예금을 팔고 있는데 가만히 앉아서 고객을 빼앗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씨티은행과의 금리격차가 0.6%포인트까지 나고 있어 고객이탈이 염려된다"면서 "특판예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파괴' 대출 등장 시중은행들은 우량 대출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격파괴' 대출에도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달 초부터 신용평가 5등급 이상인 거래업체가 다른 업체를 소개해주면 두 업체 모두에 금리를 1%가량 깎아주는 'MGM(Members Get Members)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대상업체는 우리은행 거래 중소기업 18만여곳 중 5만여개에 달한다. 국민은행은 1월 중순부터 자체 신용등급 5등급(BB) 이상인 4만여개 중소기업에 대해 금리할인이 가능하도록 영업점에 최고 0.67%의 보상금리 제도를 도입했다. 즉 지점장이 '노마진' 대출을 하더라도 영업점 성과평가 때 최고 0.67%의 이익을 낸 것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달부터 1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캠페인을 벌이면서 대출금리를 0.5∼0.7% 할인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쟁이 격화될수록 예금유치뿐만 아니라 대출영업에서도 역마진까지 감수하는 '가격 파괴'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펀드판매에 '올인' 여수신 경쟁이 심화될수록 예대마진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예대업무만으로는 수익창출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비이자수익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올 들어서는 너도나도 펀드 판매에 '올인'하는 양상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펀드 판매 목표액을 6조5천억원으로 정하고 최근 '프라이빗뱅킹(PB) 출정식'을 가졌다. 신한은행도 새해부터 전사적인 펀드판매 캠페인을 벌여 지난 1월 중에만 3천5백62억원어치를 팔았다. 외환은행 제일은행 등도 올 들어 1천억원 안팎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펀드판매 시장을 석권했던 국민은행도 수성(守城)에 나서 단순 펀드판매뿐만 아니라 고객의 자산관리까지 겸하는 '투신상품 판매시스템'을 가동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펀드 판매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다른 어떤 부수업무보다 수수료 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펀드판매 수수료는 유형별로 펀드자산의 0.4∼2% 수준으로 가령 연간 펀드판매액이 10조원이고 평균 수수료가 1%라고 가정하면 1천억원의 수수료가 떨어지는 셈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