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지난해 11월16일 세계 처음으로 지상파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휴대폰을 개발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역시 세계 최초로 DMB 수신부와 오디오·비주얼(AV) 신호처리부를 하나의 칩에 집적시킨 시스템온칩(SoC)도 개발했다. 지난 1월엔 업계 최초로 위성DMB 수신부와 SDRAM 메모리를 하나의 모듈로 만든 위성DMB칩을 독자 개발했다. 이로써 LG전자는 위성과 지상파 DMB용 휴대폰의 핵심기술을 모두 갖추게 됐다. LG전자가 DMB분야에서 이같은 성과를 내는 것은 기본적으로 디지털TV(DTV)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술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로 LG전자는 전통적으로 TV분야에서 강세를 유지했다. 미국의 DTV 전송방식에 관한 원천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에는 LG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차세대 DTV 전송방식(EVSB기술)이 미국 DTV의 표준을 제정하는 국제기구인 ATSC에서 표준으로 채택됐다. DTV와 휴대폰 단말기의 연구부문에서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잘 갖췄다는 면에서 LG전자는 통신 위주의 기술력을 지닌 다른 업체들보다 경쟁력이 앞선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전자가 개발한 지상파 DMB칩은 수신부와 AV신호처리부를 하나의 칩으로 구현해 △전력소모가 적고 △소형화에 유리하며 △칩 제작비용(패키지 비용 등)이 적게 든다. 이 때문에 휴대용 단말기의 상용화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게다가 DTV의 화질 개선을 위한 기술을 응용한 '모바일 XD 엔진'을 탑재해 이동하면서도 끊김 없는 고화질을 즐길 수 있다. 이 칩 기술을 적용해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선보인 지상파DMB폰은 전력소모 문제를 해결했다. 이 폰으로 단순히 TV만 시청한다면 사용시간이 3시간에 달한다. 또 방송수신과 통화를 함께 사용하기 위해 필요했던 최소 40cm의 안테나를 기존 휴대폰 안테나 크기인 7cm로 축소했다. 이는 LG전자가 수신감도 향상을 위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알고리즘을 적용한 결과다. LG전자는 지상파 DMB폰 개발을 위해 지난 2년간 연구인력 1백30명(석·박사 90명 포함)과 개발비 2백억원을 투입했다. 국내외에 출원한 관련 특허만도 H.264 비디오디코더 구현기술 등 1백50여건에 이른다. LG전자는 지상파 DMB폰 개발의 의미로 크게 두가지를 꼽는다. 첫째로 사실상 세계 최초로 우리 나라가 지상파 DMB를 상용화할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열차 안에서 DMB 시험 서비스를 한 독일이나,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실시했다고 하는 중국이 있지만 이는 공동시청을 구성한 것으로,개인용 수신기 모델을 기본으로 하는 국내 DMB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둘째로 지상파 DMB 표준은 국내 독자적인 설계에 의해 마련된 최초의 이동방송 표준이란 점이다. 이는 기존 DAB(Digital Audio Broadcasting) 시스템의 국제 표준을 기반으로 채택해 멀티미디어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표준을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위성DMB 분야에서 LG전자는 현재 TU미디어가 시험방송 중인 위성DMB가 상용화하는 시점에 맞춰 위성DMB폰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31일 위성DMB 수신 칩을 독자 기술로 개발 완료했다. 이 칩은 2개의 안테나로부터 동시에 신호를 받을 수 있도록 4개의 아날로그-디지털컨버터(ADC)를 내장했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통신용 칩인 MSM칩과도 직접 연결이 가능해 소형화,저소비전력,저가격이라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LG전자는 DMB폰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DMB 규격의 세계화 정립에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DMB 규격의 세계 확산을 위해 해외 로드쇼와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다. 각종 프로모션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영국 독일 및 아시아 여러 나라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LG전자가 개발한 DMB폰 관련 규격이 각국의 DMB 규격의 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커졌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