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금천구 사립 M고교의 시험성적 조작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 학부모와 교사간 금품 뒷거래 정황을 포착함에 따라 이학교에서 벌어진 `검은 공생관계'의 전모가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M고 교사들은 2001년과 2002년에 문제지와 답안지를 유출하고 특정 학생의 답안지를 대리작성한 사실이 들통나 그 당시 관련 교사들에 대한 징계로 사건 자체가 영원히 묻히는 듯 했으나 이번 경찰의 수사로 백일하에 드러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범죄 혐의가 입증되면 교사들과 학부모들을 무더기로 사법처리할 계획이나 이와 별도로 교육계 차원의 뼈를 깎는 자정노력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품거래.미온대처.지시묵살 복합작품 = M고 사건은 2001년과 2002년 이 학교에서 벌어진 정답지 유출 및 답안지 대리작성 사건을 제보받은 서울시 교육청이 2002년 말 감사에 나서면서 처음 확인됐다. 당시 시 교육청은 감사를 실시해 일부 교사들이 한 학생에게 정답지를 유출하거나 답안지를 대리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성적을 조작한 사실을 적발해 언론에 공개했다. 또, 학교법인에는 해당 학생 징계 및 성적 재조정과 교사 징계를 요구하고 `문제의 교사들과 학부형 사이에 금품수수 의혹이 짙다'는 이유로 형사고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법인 측은 성적관리위원회와 선도위원회를 열어 관련 학생들의 성적을 재조정한 뒤 징계했으며 해당 교사들도 면직했지만 형사고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이처럼 학교법인을 비롯한 관련 당국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더 이상 기울이지 않아 이 사건은 완전히 은폐되는 듯했다. M고교에서 교사들의 금품 거래를 비롯한 조직적인 비리가 저질러졌을 개연성이매우 높았는데도 시 교육청의 미온적인 대처, 학교측의 시 교육청 지시 묵살 등이 어우러져 영원히 베일속에 가려질뻔 했던 것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시 교육청이 학교법인 측에 형사고발을 권고하지 말고 직접해당 교사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더라면 진상이 조기에 규명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답안지 대리작성 통상적 방법인가 = M고교에서 저질러진 비리유형은 답안지를대리작성하거나 일부 고쳐줬다는 점에서 최근 검사아들 시험답안 대리작성이 빚어졌던 서울 강동구 배재고 사건과 유사하다. 배재고 교사 오모씨는 7개 과목에 걸쳐 검사 아들의 답안지를 대리작성해 바꿔치기하거나 일부 고쳐줬고, M고 교사들도 답안지를 대리작성해 교체하거나 일부를 고쳐주는 방법을 활용하려다 들통났던 것이다. M고 교사들이 문제지와 답안지를 유출한 뒤 학생 1명에게 보여줬고 다시 이를 2명의 학생들에게 알려줄 것을 과감하게 지시한 수법은 배재고와 다른 점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M고교의 성적조작 비리가 배재고 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벌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경찰이 2001년과 2002년의 OMR 시험 답안지 20만매에 대한 확인작업을 일일이 벌이는 것은 그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 경찰이 수사에 본격 착수함에 따라 시 교육청이 2002년 말 감사과정에서 밝히지 못한 M고교의 비리 의혹을 얼마나 규명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검은 돈을 매개로 한 교사와 학부모들의 공생관계가 다른 학교에서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교육계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어 경찰이 수사를 확대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일선 고교의 한 교사는 "교내 성적조작 등 불법행위를 자체 적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교내 비리는 거의 모든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일선 교육현장에 만연한 비리 근절을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법집행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교육계 내부에서도 재발 방지를위해 스스로 반성하고 제도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