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골 농협지소장이 가짜 예금전표를 통해 66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빼돌리려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66조원은 우리나라 작년 한 해 순예산(약 1백60조원)의 3분의1이 훨씬 넘는 액수다. 10일 서울 남대문 경찰서에 따르면 경북 안동 풍천농협 구담지소장 박모씨(41)는 지난 7일 낮 12시부터 12시20분까지 20여분 동안 한 번에 2조원씩 33차례에 걸쳐 모두 66조원을 차모씨(59·무직) 계좌로 불법 입금했다. 차씨는 곧바로 이날 오후 1시20분께 다른 공범 P모씨(58·무직)와 함께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66조원을 찾기 위해 농협 서울 태평로 지점을 찾았다 거액을 찾으려는 점을 수상히 여긴 농협 직원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다. 박 소장은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점심 시간을 이용해 예금전표 등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뒤 곧바로 전산망 관리자들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워낙 천문학적 액수의 큰 돈이어서 처음부터 한꺼번에 빼돌리기는 불가능한 무모한 범행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차씨 등 2명이 주범격인 박 소장의 심부름 차원에서 단순히 계좌이체를 요청한 것으로 보고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박씨와 공범 P씨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