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뛸 사람은 뛰고 걸을 사람은 걸어라.뛰거나 걸을 능력이 없는 사람은 그대로 앉아 쉬어도 좋다.


다만 뛰려는 사람,걸으려는 사람의 뒷다리만 잡아당기지 마라.그래야 가만히 있어도 뛰는 사람 덕에,걷는 사람 덕에 발전해서 먹고 산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인사철학이다.


이는 국가 경제 전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한국경제를 읽는 7가지 코드"(좌승희 외 지음,굿인포메이션)는 바로 이같은 "발목잡기"가 경제 위기의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에는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을 비롯한 26명의 전문가가 진단한 한국경제 위기의 원인과 근본 처방이 담겨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되는 놈 발목잡기식 간섭 그만두고 반기업 정서와 거대권력화된 노조 문제를 고쳐라.또 쓸데없는 이념논쟁 그만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잘 나가는 기업들 키우고 교육에도 시장경제 원리 적용하면서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진정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과 분배 문제도 어느 것이 먼저냐 하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화시키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생산성 없는 이념 논쟁이 아니라 효율적 적용에 관한 담론의 그릇이 갖추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잘 난 놈은 무조건 싫다"는 반기업.반부자 정서는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뒷다리론"으로 지적됐다.


과거의 회계부정 등 일부 기업인들의 모럴 해저드에 그 원인이 있지만 모범적으로 잘하는 기업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상황은 결과적으로 "잘 나가는 놈까지 잡는 바람에 모두가 망하는" 길이라는 것. 섣불리 시작했다가 "이게 아닌가벼."하고 바꾸는 일관성없는 정부정책 역시 도마에 올랐다.


참여정부의 5년내 2백50만 일자리 창출 공언도 마찬가지.이를 달성하려면 매년 50만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는 연 7% 정도의 실질 성장률이 따라야 가능한 목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국보다 성장잠재력이 큰 국가들이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 후 2-3%대의 성장에 머물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출자총액 제한 문제는 "미리 걱정해서 하는 우려와 염려의 규제"이므로 기업이 투자하거나 성장할 곳을 찾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이는 기업의 위축과 국가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진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의 성공여부는 국민경제 부가가치 창출의 원동력인 기업을 살리는 것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장이 해결할 수 있는 일까지 정부가 관여하지 말고 국민정서나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시장경제 원리를 확립하는 것,교육개혁과 정치시장의 경쟁 도입,법치가 보장되는 노사문화를 만드는데 핵심역량을 쏟아붓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다.


3백44쪽,1만2천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