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의 대상을 줄일 것인가,말 것인가를 놓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심하고 있다. 현행 '5조원 이상'인 출자총액제한 대상 그룹의 자산기준을 높여 규제대상을 줄여달라는 기업들의 요구가 거센데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기업들의 목소리에 동조하고 있어서다. 경기회복의 관건인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선 출자총액제한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다른 경제부처들의 견해와 여론도 공정위를 압박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말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출자총액제한 그룹의 자산기준을 올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자산기준을 10조원 또는 20조원 이상으로 올려달라는 전경련 대한상의 등의 건의를 모두 물리친 것이다. 그같은 공식 입장엔 지금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러나 공정위 밖에선 출자총액제한 그룹의 자산기준을 조금이라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주목할 만한 건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입장이다. 지난달 정세균 원내대표와 원혜영 정책위의장 등 소위 실용파가 지도부에 오르면서 출자총액제한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자세는 매우 유연해졌다. 원 의장은 최근 "출자총액제한은 어차피 없어질 제도"라며 "기업들이 이때문에 투자를 망설인다면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정책위의 다른 관계자도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골격은 유지하되 변화된 여건 등을 감안해 적용기준을 소폭 올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여당 주변에선 자산기준을 2조∼3조원 정도 높여 7조∼8조원 이상으로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청와대 당국자 등은 출자총액제한 대상 축소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여러가지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해 클지 작을지는 모르겠지만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마 (변화는)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말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출자총액제한 완화는)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내용을 갖고 검토해 나가는게 좋겠다"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병주 공정위 독점국장은 "출자총액제한 그룹의 자산기준을 조정할지 여부에 대해선 어느 방향으로도 결정된 바 없다"며 "자산기준 조정은 출자총액제한 졸업기준 등과 패키지(일괄)로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기준의 완화 정도에 따라 자산기준이 바뀔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출자총액제한 그룹 자산기준이 정해지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내달 중순께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그 사이 이뤄질 당정협의 등이 주목된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